김인경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유소연-박성현-교포 대니얼 강 포함 시즌 4개 메이저대회 모두 휩쓸어.. 9월 에비앙서 '코리아 슬램' 도전
[동아일보]
김인경(29·한화)이 7일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하면서 한국(계) 선수는 앞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4개 메이저 타이틀을 석권했다. 유소연(ANA 인스피레이션), 대니얼 강(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박성현(US여자오픈)이 메이저 퀸의 대열에 올랐다.
한 해에 모든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하면 그랜드슬램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가 따른다. 이제 메이저 대회는 9월 14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에비앙 챔피언십 하나만을 남겼다. 한국(계) 선수가 이마저도 우승을 차지한다면 LPGA투어 ‘코리아 슬램’이 완성된다.
최근 에비앙챔피언십은 한국(계) 선수의 텃밭이었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7차례 대회에서 김효주(2014년), 리디아 고(2015년), 전인지(2016년) 등 4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산악 지형의 골프코스가 국내 골프장과 비슷해서 그렇다는 분석도 나온다. 5개 메이저 타이틀 석권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 보인다.
올해 한국 선수들은 큰 무대,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으며 우승을 휩쓸고 있다. 김인경이 사상 처음으로 4주 연속 우승에 마침표를 찍은 데 힘입어 시즌 22개 대회에서 12승을 합작했다. 남은 12개 대회에서 3승만 추가하면 2015년 세운 시즌 최다승 15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새 이정표 수립도 시간문제다. 외국 국적인 교포 선수와 어머니가 한국인인 노무라 하루를 포함하면 한국(계) 선수의 승수는 14승으로 불어난다.
대회 때마다 톱10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한국 선수의 기량은 상향 평준화됐다. 미국 유학파인 20대 후반의 김인경과 박인비, 국내 투어를 평정하고 LPGA투어에 건너간 20대 중반 박성현 김세영 김효주 등이 고르게 활약하고 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이 저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지난해 9승을 합작한 리디아 고와 에리야 쭈타누깐의 부진, 대형 미국 선수의 부재 등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요즘 뜨고 있는 유격수가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트레이 터너다. 외야수를 겸하고 있는 이 24살짜리는 특히 달리기 선수로 이름이 높다. 그는 작년 어느 경기에서 3루타를 치고 시속 22.7마일(36.5㎞)의 속도로 베이스를 질주했다. 2016시즌 ML 최고 기록이었다. 환산하면 100미터를 10.13초에 끊는 주력이다. 그것도 곡선 주로에서 말이다.
그의 발이 6월 27일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서 또 말썽을 일으켰다. 1회 안타를 치고 나가더니 2루와 3루를 거푸 훔쳤다. 3회에도 마찬가지였다. 볼넷. 그리고는 또다시 2, 3루 연쇄 절도를 감행했다.
그의 4개가 전부가 아니다. 홈 팀은 4회까지 무려 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상대 팀은 버틸 재주가 없다. 1-6으로 완패한 뒤 쑥덕거림이 시작됐다. 따가운 눈총을 받던 포수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그게 왜 다 내 잘못이야. 투수가 기회조차 주지 않는데 뭘 어쩌라구.”
클럽 하우스가 발칵 뒤집어졌다. 동료에게 책임을 떠넘긴 발언에 성토가 쏟아졌다. 팀 리더인 앤서니 리조가 들고 일어났다. “그 따위 이기적인 말은 참을 수 없다. 우리한테는 주자를 아웃시킬 다른 포수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연봉 1,400만 달러나 되는 베테랑 포수는 이튿날 팀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토론토 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두 번이나 올스타에 뽑혔던 미겔 몬테로였다. 물론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당시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는 유명한 도루 자판기였으니까.
1회, 초반 승부를 가른 도루 3개
1회 초, 2사 1루가 됐다. 다음은 이미 전국구 스타가 된 코디 벨린저의 차례였다. 3구째. 갑자기 1루 주자가 스타트를 끊었다. 제 정신인가? 타석에 4번 타자가 있는데, 도루라니? 그것도 보통 타자인가. 리그 홈런 선두를 넘보는 슬러거 아닌가.
물론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일단 카운트가 (타자에게) 불리했다. 0-2였다. 혹시라도 아웃되면 다음 이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 위로는 된다. 게다가 변화구 타이밍이다. 성공 확률은 조금 높아진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뛸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뜻밖에 바깥쪽 빠른 공(92마일)이었다. 포수의 송구도 괜찮았다. 2루심 윌 리틀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세번째 아웃이 선언되며 첫 이닝이 끝났다.
순간 주자가 강력하게 반발한다. “헤이, 헤이, 헤이”. 다급한 외침이었다. 벤치를 가리키며 뭔가를 호소했다. 물론 그만큼 다급하게 헬멧도 찾아 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참을 숙고하던 원정 팀은 항소를 결정했다. “비디오 한번 봅시다.” 느린 화면을 통해 이의 신청은 성립됐다. 덕 아웃으로 철수했던 홈 팀은 다시 그라운드로 나와야 했다.
계속된 2사 1, 2루. 카운트 1-1에서 3구째. 이번에는 2명의 주자가 동시에 출발했다. 하지만 포수가 공을 던질 틈도 없었다. 너무나 여유 있게 더블 스틸이 성공했다. 마치 미겔 몬테로가 아리에타에 대한 불만을 터트릴 때와 비슷했다. “투수가 (도루 저지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데 뭘 어쩌라구.”
메츠의 투수 스티븐 매츠 역시 자판기 스타일이다. 투구 동작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ML 평균 딜리버리 타임은 1.4초 정도. 그런데 그는 1.5초~1.7초대까지 올라간다. 터너가 2루를 훔칠 때는 1.58초, 더블 스틸 때는 1.7초가 넘었다. 그 정도면 자유이용권을 손목에 채워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정 팀은 여기서 승부를 결정냈다. 포사이드가 중전안타로 2명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마저도 반스의 2루타로 홈을 밟았다. 3-0. 도루 3개가 치명적이었던 1회 초였다.
포수 반스의 손등을 강타한 파울 타구
얼마만의 득점 지원인가. 원정 팀 선발은 콧노래가 나온다. 일찌감치 점수를 뽑아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KKKK. 1~4번까지 신나는 삼진 퍼레이드다. 빠지는 것도, 몰리는 것도 없다. 던지는 것마다 아슬아슬, 보더 라인을 타고 넘으며 타자들을 미치게 한다.
2회 2사까지 일사천리였다. 6번 호세 레예스 타석. 카운트가 2-2로 팽팽하다. 5구째, 83마일짜리 체인지업이 외곽을 통과하고 있었다. 헛스윙으로 또 하나의 K가 완성되려는 순간. 레예스가 순발력을 발휘했다. 미세한 배트 컨트롤로 포수 미트에 들어가려던 공을 살짝 건드렸다. 방망이에 스친 타구는 포수의 오른손을 강타했다. ‘쩍’ 하는 소리가 현장 마이크를 타고 사방으로 중계됐다.
맨 손에, 그것도 손등 부분을 맞은 오스틴 반스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자리에서 펄쩍 뛰더니 어쩔 줄 모른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바닥을 한참 동안 땅에 대보기도 한다. 의무 스태프가 달려나왔지만 빈손이다. 이럴 때 그들이 한국의 유명한 만병통치약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감독까지 포함해서 그들이 해줄 건 없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듯, 반스는 다시 마스크를 썼다.
반스는 왜 오른손을 그렇게 내밀고 있었나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오스틴 반스가 왜 공에 맞아야 했는지에 대한 얘기다.
보통이라면 포수의 오른손은 뒤에 감춰져 있다. 파울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전처럼 손을 앞으로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① 주자가 있을 때 ② 투(two) 스트라이크 이후다.
①의 경우는 송구 동작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려는 의도다. 아무래도 뒤에 있는 것보다는 미트 바로 옆에 있는 것이 공을 빼서 던지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리라.
②는 조금 다르다. 땅에 튀기는 공을 막는 블로킹 자세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특히 떨어지는 변화구 사인을 낸 뒤에 그렇다. 3번째 스트라이크가 헛스윙→낫 아웃이 되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실전이 딱 그랬다. 카운트 2-2에서 5구째는 체인지업 사인이었다. 혹시라도 공을 빠트려 아웃 카운트 1개를 놓칠까봐 (빠른 블로킹 자세 전환을 위해) 오른손을 앞으로 내놓고 있었다.
하드보일드 투수의 격한 반응 - 파트너이기 때문에
99번 투수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다. 마운드 위에서 별 액션이나 표정 변화가 없다. 홈런을 맞아도, 삼진을 잡아도 늘 비슷하다. 담담하고, 담백하다. 군더더기, 오버액션 따위는 없는 플레이어다.
하지만 이 때만은 180도 달랐다. 반스가 고통에 절절매는 순간이었다. 99번 투수는 덕아웃을 보면서 급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글러브로 재촉하며 ‘빨리 사람 내보내라’는 손짓이었다. 아마도 생생한 소리와 함께 바로 앞에서 적나라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에 놀람이 더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걱정스러운 얼굴로 피해자를 지켜봤다. 이어 (자기 자신은 경기 준비를 해야 하니) 워밍업을 위해 구심으로부터 공을 건네 받을 때도 몹시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역력히 드러냈다.
아마도 그는 누구보다 그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손을 뒤로 빼면 안전하다. 하지만 그러다가 만의 하나 아웃 카운트 1개를 놓칠 지 모른다. 때문에 고통과 부상의 위험이 버젓한 곳에 한쪽 손을 내어놓는다. 그런 희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바로 마운드 위의 투수다. 그들은 바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코리안 몬스터'로 돌아온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이제는 포스트시즌(PS) 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때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밀려 불펜 투수로도 등판한 걸 돌이켜보면 '상전벽해'라고 할 만하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8일(한국시간) '포스트시즌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하는 선발투수 3명을 꼽아달라'는 독자 질문에 "다저스는 클레이턴 커쇼, 다르빗슈 유, 리치 힐, 알렉스 우드까지 4명을 쓸 것 같다. 그렇지만 류현진이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AP통신 역시 "모두가 건강하다고 가정하면, 커쇼와 다르빗슈, 우드 등 3명의 포스트시즌 선발은 확정적이다. 힐의 탈삼진 능력은 매력적이지만, 류현진과 마에다 겐타는 아직 모든 걸 보여주지 않았다"며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가능성을 점쳤다.
정규시즌에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일반적이지만, 정기적으로 휴식일을 보장하는 포스트시즌에는 선발투수 3∼4명만 있어도 충분하다.
에이스 커쇼(15승 2패, 평균자책점 2.04)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다르빗슈(7승 9패, 평균자책점 3.81), 승률 0.929로 리그 1위를 달리는 우드(13승 1패, 평균자책점 2.33) 3명은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 확정적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류현진(4승 6패, 평균자책점 3.53), 브랜던 매카시(6승 4패, 평균자책점 3.84), 마에다(10승 4패, 평균자책점 3.79)가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일간지가 매카시와 마에다를 밀어내고 류현진의 이름을 거론한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두 번의 큰 수술을 마치고 올해 마운드에 복귀한 류현진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선발진 잔류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닝 소화력은 예전만 못했고, 득점 지원마저 받지 못해 시즌 한때 불펜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후반기 등판한 6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08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등판한 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팀 성적도 5승 1패로 좋았다.
특히 류현진은 최근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쳐 수술 전 모습을 되찾았다는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