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역사교과서가 6.25 전쟁을 '남북 모두의 책임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16일 직접 교과서를 꺼내든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 때마다 미동없이 즉각 반박하던 황 총리는 가지고 있는 문서만 살펴보며 답변에 뜸을 들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도 의원은 "(정부여당이 6.25는 남북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기술했다는)'미래엔' 교과서에는 북한 전투명령에 대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어떤 보병과 전차부대가 어디로 이동했고 적은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등이 서술돼 있다"며 "대체 어디에 남북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현행 교과서에 대해 "북한에서 주장하고 있는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하고 있고, 6.25 전쟁 발발에 대해서도 남한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서술돼 있다"고 한 황 총리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도 의원은 '리베르스쿨', '지학사', '천재교육' 등 6.25 전쟁에 대해 기술한 현행 역사교과서를 모두 꺼내들면서 "모두 '북이 전면 남침해왔다'고 기술돼있다. 그런 교과서는 없다", "직접 교과서를 봤느냐"고 따지자 "재작년부터 봤다"면서도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문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현재 쓰고 있는 교과서'라는 말에 황 총리는 "그 부분은 교육부로부터 수정지시를 받고 교과서가 바뀐 것"이라며 "고등학교 1,2학년들은 바뀐 교과서를 쓰지만 3학년들은 전의 교과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행 역사교과서에는 '남북 공동 책임'이라는 기술이 없다고 시인한 셈이다.
곧바로 도 의원은 "총리는 (역사를) 몇 학년이 배우는 지 모르나. 고1, 2학년만 배운다"며 "옛날 교과서 이야기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황 총리는 "현재 고3 학생은 여전히 문제의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있고, 현재 교과서는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내렸는데 저자들이 승복하지 않고 있고, 출판사로서는 책을 팔아야 하니 수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정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수정명령을 내려도 일부 집필진이 이를 거부해 사회적 혼란만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도 의원은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하고 있다'는 황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조목조목 현재 학교에서 쓰이고 있는 교과서를 꺼내들어 반박했다.
그는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돼 반대파 숙청의 구실' 등으로 적혀있는 현행 교과서들이 왜 무비판적이냐"고 따져묻자, 황 총리는 "직원이 확인한 자료"라면서 "수정 전에 그런 말이 있었고, 수정 후에도 과거 본문(주체사상 내용)이 그대로 있고 밑에 주석을 달아 내용을 더했다"고 해명했다.
또 '국정교과서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황 총리는 "집필진에 있다"고 잘못 답하기도 했다. 국정교과서의 저작권은 교육부가 갖고 있다. '국가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도 의원의 질타엔 "국가가 어떻게 (교과서를)쓰겠느냐"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갖고 있고 내용을 얼마든지 바꿀 권한이 있다'고 강조하자, 황 총리는 "집필진이 균형감을 갖고 역사교과서를 쓰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정교과서는 국가권력이 저작권을 갖고 있어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라며 친일·독재교과서일 경우 '온 몸으로 저항해서 막겠다'고 한 자신의 발언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도 의원의 추궁에 황 총리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독재라던지 식민사관 같은 역사가 어떻게 합리화되겠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도종환 의원 질문 도중 사회를 보던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편파 진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부의장은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질문하고, 총리에게 답변시간을 주시라. 답변이 필요없으면 넘어가라"고 말했다. 도 의원이 황 총리의 답변 문제점을 곧바로 반박하면서 발언이 이어지지 않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정 부의장을 향해 "편파적으로 사회를 보지 말라", "공정하게 사회를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자리에서 일어나 정 부의장을 향해 '(사회 진행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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