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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30, 2015

[야! 한국사회] 샤머니즘 국가 / 김우재

정치만 후퇴한 게 아니다. 민주주의와 함께 근대국가의 사회적 건강성을 지탱했던 또 다른 기둥, 과학적 합리성이 빠르게 소멸 중이다. 과학적 합리성, 혹은 과학적 삶의 양식은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환단고기를 신봉하는 학자가 역사교과서를 집필하겠다고 말할 때, 창조과학에 빠진 사이비 과학자가 학생들에게 생물학을 가르칠 때, 그 사회의 과학적 합리성이 시험된다. 과학적 삶의 양식은 이보다 넓은 개념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통일성을 가능하게 하는 근대적 비계, 그것이 과학적 삶의 양식이다.
과학적 합리성이 사라진 사회는 끔찍하다. 그곳에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사형당하고, 국가 지도자의 초상화가 집집마다 걸리고, 광장에 독재자의 초대형 금빛 동상이 들어선다. 이슬람 국가와 북한의 모습이다. 박정희 동상이 들어서고, 반공웅변대회가 다시 열리는 한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의 과학적 합리성이 소멸하고 있다는 여러 징후들이 있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과학과 교육의 설계도를 짜기 위해 실제 사이비 창조과학자를 임명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위원 장순흥은 창조과학회 회원이다. 국가의 과학이 개신교 내에서도 광신자 집단에 속하는 창조과학회원에 의해 설계된 것이다. 그에게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괴상한 명칭이 나왔다고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 나라 수뇌부에 창조과학자들이 얼마나 더 포진하고 있는지 검찰은 수사해야 한다. 한국 과학이 위험하다.
둘째, 사이비 과학이 실제 정부의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도전해 연구비를 수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상 유례없던 일이다. 얼마 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엑스(X)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광물이 생명체처럼 살아 있고 쓰레기를 빠르게 소각할 수 있다는, 홈쇼핑 광고에나 나올 법한 아이디어가 2억4천만원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 과제를 심사했던 심사위원들은 복면 뒤로 숨어버렸고, 과제의 대표자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기획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공무원 사회의 부패는 과학적 합리성의 적이다. 아무리 과학자들이 똑똑해도 관료들이 부패해 있다면, 과학적 합리성은 기능할 수 없다. 그 최악의 경우가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셋째, 국가 지도자의 비과학적 사고방식이 심각하다. 한 국가의 수장이 사이비 환단고기의 한 구절을 인용해, 그것도 ‘혼’이라는 비과학적 개념으로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판단하려 한다. 전근대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책을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유일한 취미생활이라는 국선도를 금지시켜야 할 지경이다. 우주의 비밀이 밝혀지고, 민간기업이 사람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고 공언하는 시대에,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혼이니 기운이니 하는 비과학적 개념을 근거로 국가대사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영혼들에게 뜻을 묻고 대통령이 기운을 느껴 대책을 지시하는 국가를 상상해보자. 무당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닌가.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대통령의 선친은 적어도 이 나라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을 중용해 썼던 인물이다. 카이스트를 세웠고, 양적으로 한국 과학기술계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어디에서 과학기술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무당처럼 발언하고, 과학자들은 부패에 동참하고 있다. 혼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조차 비정상인 나라가 되었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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