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US

CONTACT US

Click here !! for Mobile Phone Cases

Click here !! for Mobile Phone Cases
Mobile Phone Cases

World Clock

Saturday, December 19, 2015

하루 평균 1.6명 탈영, 개인 문제 아니다


[한겨레][토요판] 커버스토리
탈영의 어제와 오늘
‘탈영, 유혹의 순간’ 논픽션 우수작 ‘악마가 된 해양전투경찰’의 주인공은 군대에서 선임이 여자친구의 편지를 읽고 놀려댄 것에 모멸감을 느끼고 탈영의 유혹을 느낀다. 2006년의 일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보다 40여년 전 비슷한 일로 우리 사회가 발칵 뒤집혔고 육군참모총장이 서신 검열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던 적이 있었다. 세월은 기억을 삼키고 폭력은 망각을 먹고 자란다.
1963년 3월18일 군은 최영오 일병을 총살했다. 최 일병이 상관 두 명을 총으로 쏴죽인 데 대한 법집행이었다. 1962년 어느 날 최 일병의 상관은 최 일병 애인의 편지를 뜯어보고 동료들 앞에서 그를 희롱했다. 최 일병은 격분해 상관을 총으로 쏘았다. 최 일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마포강’에서 투신자살했다. 최 일병은 옥중 수기에서 “인간 이하의 불의에 항거하였으며, 또 그것을 말살하려고 한 것이다.… 나는 저 인간됨을 죽인 것이 아니라, 인간 이하의 노리개를 갖고 그것을 향락하려는 씹고 싶도록 잔인한 근성을 삭제하고 싶었던 것이다”라고 썼다.
최 일병의 선처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끝내 그를 사형시켰다. 육군참모총장은 대신 특별담화를 통해 “사신(私信) 검열은 육군 규정을 어긴 것이며, 사적(私的) 제재를 금지하고 서신의 기밀을 유지함으로써 인권을 옹호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유현목 감독의 영화 <푸른 별 아래 잠들게 하라>(신성일·엄앵란 주연, 1965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병들의 인권은 지난 수십년간의 개선 노력이 헛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바뀌었을까.
최근 4년반 탈영병 총 2599명
복무 불만이 72.2%로 압도적
윤일병 사건 계기로 운영되는
‘헬프콜 센터’도 실효성 논란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8월 낸 자료를 보면, 최근 4년 반(2011년 1월~2015년 6월) 사이 탈영병은 2599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1.6명이 탈영한다. 탈영 사유로는 ‘복무 불만’이 1877명(72.2%)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가정 문제’가 115명(6.1%), ‘이성 문제’가 74명(3.9%)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군 내부에서 생긴 문제로 뛰쳐나가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이다.
지난해 6월 강원 고성군 22사단에서 임아무개(23) 병장이 총기 난사를 하고 탈영한 사건 역시 임 병장이 집단따돌림 당한 것에 격분해 저지른 범죄였다. 임 병장은 지난 8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군 검찰은 “범행 배경으로 자신을 집단따돌림 시킨 전우들을 탓하는 등 반성이 부족해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사회가 그간 군 탈영을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적인 문제나 군 기강 해이로 치부하는 선에 머물러왔다. 탈영을 군이 더이상 개인적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영교 의원은 18일 “폐쇄적인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병사들은 ‘고문관’으로 불리며 집단폭력에 노출되기 쉽고, 자살이나 총기사고 등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다”며 “군생활 부적응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 등의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석진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상임활동가는 “군사 전문가의 논문을 보면 크게 탈영의 원인을 개인적 요인과 부대적 요인 둘로 나누어 분석하는데 ‘복무 부적응’을 개인적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군대 내 비민주적 요소로 발생하는 갈등을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게 군의 시선”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구타로 윤아무개 일병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헬프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에서 경험한 폭력과 부조리를 장병들이 비밀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한 조처다. 하지만 최근 한 여군이 헬프콜에 성희롱 문제를 6차례 고발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군 당국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상민 법제사법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헬프콜에 접수된 신고·상담 가운데 해당 부대로 조처가 취해진 것은 6.2%에 불과하다. 한편, 군병원 정신과 진료 건수는 지난해 3만8381건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3만253건을 기록한 이래 계속 늘고 있다. 장병들이 군 내부의 폭력 앞에 견디거나, 미쳐버리거나, 도망치고 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