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심정으로 마지막 호소…대통령 명확한 입장표명 있어야"
정부 엄중 방침엔 "대응할 각오 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시·도교육청들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료가 끊길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전국 교육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최종 담판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감들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엄중대처하겠다고 경고한 데 대해서는 "대응할 각오가 돼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장휘국 광주교육감)는 2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듣고 근본적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공문으로 면담을 신청했다"며 "누리과정 문제는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내놓은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님 면담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박 대통령에게 올해가 가기 전에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보육대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또 한해를 마감하게 돼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관심도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교육감들은 이어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상태에 이른 현실을 왜곡하거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문제를 일부 시·도의회와 교육청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제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복지는 후퇴하고 주요 교육사업도 반 토막 난데다 교육환경 개선사업은 쪼개기 사업으로 전락했다"며 누리과정 부담으로 재정이 악화한 교육청들에 보육대란의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누리과정의 우회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3천억원을 반영한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내년 전국의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2조1천274억원으로 예비비를 제외하면 1조8천억원 가량이 부족해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7개 시·도교육청 중에 서울·광주·세종·경기·강원·전북·전남 교육청은 내년 예산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특히 이 가운데 서울·광주·전남의 시·도의회는 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형평성을 이유로 전액 삭감하면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교육감협의회는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 여·야 대표에게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회의를 21일 열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와 여당 측의 참석 거부로 회의는 성사되지 않았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대통령 면담은 더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에서 드린 마지막 호소"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16일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엄중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정부가 법적대응을 한다면 우리도 대응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장 교육감은 "정부가 만약 직무이행명령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교육감들을 고발한다면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누리과정 부담이 시·도교육청의 책임과 의무인지도 법률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동회견에는 장 교육감을 비롯해 서울(조희연), 강원(민병희), 인천(이청연), 전남(장만채) 교육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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