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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rch 28, 2015

"죄 인정하면 집 줄게", 가짜 간첩 만든 무서운 유혹

지난 1월 23일, 프레시안 북스는 허위 자백을 이끌어내는 미국 수사기관의 기법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허위 자백과 오판>(후마니타스, 2014년 12월 펴냄)에 관한 장경욱 변호사의 서평을 실었다. 이에 더해, 한국에서 이뤄지는 피의자 신문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짚는 장 변호사의 글을 5회 정도 게재한다. '편집자'


멀쩡한 사람도 누구나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허위 자백을 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필자가 계속 반복해 강조하는 이 연재의 주된 내용이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피의자 신문 시 미란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피의자에게는 허위 자백으로 향하는 상황이 절대 발생할 수 없다. 불구속 피의자는 미란다 권리를 행사하고 바로 조사 장소에서 퇴거하면 된다. 구속 피의자는 미란다 권리를 행사하고 조사실에서 퇴거를 요구한 다음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피의자가 미란다 권리를 행사하면 수사관은 진술을 얻어낼 목적의 소환 조사를 중단할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구속 피의자는 매일 강제 소환하고 불구속 피의자에게는 계속 출석을 요구한다. 미란다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자백을 강요하는 직권남용 행태가 다반사다. 개중에 드물지만 모범적이고 법을 준수하는 수사관은 더 이상 강제 소환이나 출석 요구를 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미란다 권리를 당당히 행사할 수 있을까? 미란다 권리를 행사하는 피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로 시국 사건에서 양심수들이 미란다 권리를 당당히 행사해 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시민들은 미란다 권리를 잘못 행사했다가 낭패를 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런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미란다 경고의 내용은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란다 권리를 포기한 이후의 피의자 신문 과정은 멀쩡한 시민도 수사관들에게 농락당하며 허위 자백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피의자가 된 시민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미란다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혹자는 죄지은 것도 없는데 미란다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수사관을 상대로 떳떳이 진술하는 것이 더 당당하고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시민과 변호사들도 많다고 본다. 그러나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가 진술하면 진술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오는 게 아니라 수사관의 의도에 말려드는 진술을 하거나, 자신은 그렇게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정리·기재돼 있는 경우가 흔하다. 뒤늦게 후회하는 수많은 시민을 오늘도 접하고 있다. 물론 일부 수사관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진실대로 제대로 진술한 사람도 변호사만 만나면 또는 법정에 가면 뒤늦게 진술을 번복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필자는 미란다 권리를 포기하고 진술하는 의뢰인의 피의자 신문 과정에 참여한 경우 변호인으로서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날인을 한 일이 거의 없다. 피의자가 진술한 맥락 그대로 조서에 기재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피의자 신문 조서에 어떤 진술을 어떻게 남기느냐를 가지고 수사관과 장시간의 신경전을 치르느라 고생한 기억이 많다. 피의자에게 유리한 진술임에도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이를 지적하고 조서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다 보면 신경전과 언쟁이 불가피하다. 이런 신경전을 방지하기 위해 필자는 진술을 하는 피의자의 경우 영상 녹화를 요청하고 영상 녹화실에서 진술하도록 한다. 진술을 하는 의뢰인의 경우 보통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모른 채 수사관의 유도 신문이나 전혀 불필요한 신문에 말려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경우 바로 옆에서 부당한 신문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며 의뢰인에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조언한다. 이때 미란다 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사관은 '변호인이 수사 방해를 한다'며 변호인을 조사실에서 강제 퇴거시키기도 하였다. 이것이 위법하다는 것은 필자의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증명되었다. 다시 말하건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진술을 하면 할수록 불리해지고, 조사 시간이 길어지고, 조서 정리를 둘러싼 신경전도 불가피하고, 여러모로 피곤할 뿐이다.

일부 수사관이 지루한 반복 질문을 느릿느릿 수백 개나 하는 이유

ⓒ후마니타스
미란다 권리 행사를 포기한 이후 멀쩡한 시민도 허위 자백을 하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수사관들의 갖가지 수사 기법 때문이다. 어떤 수사 기법일까?

우선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스트레스 유발 환경을 조성해 피의자의 심리적 불안을 야기한다. 내 집 같은 편한 분위기의 조사 장소는 없다. 누가, 어떤 의도에서 설계하였는지는 몰라도 시국 공안 관련, 강력 사건 관련 조사 장소는 개방되지 않은 곳, 주로 일반인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폐쇄된 곳에 보안을 위해 따로 위치한다. 조사 장소부터 스트레스 유발 환경이다. 혹시라도 일반 시민이 이런 사건에 연루되면 낯선 환경을 접하면서 겁부터 먹는다. 시쳇말로 쫄게 만들기 위해 조사 환경을 그렇게 조성한 것이 분명하다.

조사 시간도 수사관 마음대로다. 불필요한 질문, 유도성 질문, 지루한 반복 질문, 모욕성 질문 등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범죄 혐의 사실과 관련이 없는 질문을 장시간 반복하는 것도 피의자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피의자에게는 힘든 인내의 시간이다. 10여 년에 걸쳐 수십 차례 해외를 드나든 피의자를 상대로 출입국 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한다며 이것저것 같은 포맷의 질문을 지루하게 반복하면, 그 질문을 듣는 것 자체로 피곤의 연속이다. 수사관은 그런 심리를 꿰뚫고 그처럼 지루한 반복 질문을 느릿느릿 수백 개를 하며 장시간의 조사를 하는 것이다. 어떤 수사관은 압수한 '이적 표현물' 수십 권을 조사실에 가져다 두고서는 1권씩 책을 펼치면서 그 '이적 표현물'의 내용을 한 구절 한 구절 읽다시피 하며 신문하기도 하였다. 종일 조사하는 식으로 한 달은 조사해야 소화될 것 같은 신문 방식이다. 그와 같이 피의자를 상대로 장시간의 반복 신문 과정을 연출하며 조사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도 일종의 수사 기법임이 명백하다. 이러한 시간 끌기식 지루한 반복 신문에 항의하면, 수사관의 권리라는 강변이 답으로 돌아온다. 

오전과 오후 장시간의 피의자 신문 과정을 마치고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피의자의 심리적 허점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피의자 신문은 마쳤다고 하면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출력하는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서너 시간을 끄는 식이다. 오탈자를 수정한다느니, 상부의 결재를 맡는다느니 하며 시간을 끈다. 그런 식으로, 금방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피의자의 안도감을 꺾어버린다. 피의자는 매우 당황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조서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수사관과 이런저런 말을 섞게 될 수밖에 없다. 시국 공안 사건에서 이런 수법을 많이 쓴다. 

필자는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문이 끝나면 바로 조사 장소에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출력하게 한다. 조서를 출력하는 데 시간을 오래 끌면 그냥 피의자와 함께 퇴거해 버리곤 했다. 요즘은 이런 일도 옛일이다. 시국 공안 사건에서는 미란다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묵비 조서의 출력을 확인할 필요도 이유도 없기에 조사를 마치면 곧바로 퇴거한다. 미란다 권리를 행사함에도 범죄 혐의 사실을 압축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계속 지루하게 조사하는 경우, 항의 후 조사를 중단시키고 더 이상 출석을 요구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퇴거한다. 또 출석을 요구하면, 다시 출석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앞으로도 미란다 권리 행사 의사를 명백히 하였음에도 계속되는 불필요한 소환 조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피의자는 수사관들의 태도나 분위기 잡기 언행에도 주눅 들고 겁을 집어먹는다. 수사관의 인상에서도 심리적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어떤 피의자는 수사관의 눈이 뱀 같아서 너무 무서웠고, 수사관의 인상이 불도그처럼 험상궂어 수사관을 보기만 해도 주눅부터 들었다고 한다. 피의자에게 인상이 안 좋은 수사관이 들어와 피의자가 앉은 자리를 한 바퀴 돌기만 해도, 앞에서 일어서기만 해도 군기가 든다. 처음 본 피의자에게 다가와 능글능글 웃으며 인사하고 바로 옆에 앉아 피의자의 무릎에 손을 얹으며 이야기를 걸어오는 수사관도 봤다. 긴장이 풀리기는커녕, 피의자는 낯선 이의 손이 몸에 닿자 질겁하며 경색된 채 어색해한다. 필자는 그 수법에 너무 화가 나서 처음 본 수사관의 옆에 다가가 똑같이 어깨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참 고약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수사관들이 있다. 그들 나름대로 수십 년간 터득한 분위기 잡기용, 피의자 겁박용 수사 기법일 것이다. 인상이 험한 수사관이 부드럽고 상냥하게 조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였다 풀었다'식의 군기 잡기 수사 기법에서는 인상이 안 좋은 수사관이 그 눈빛이며 언행 모두 악역을 자처하며 피의자나 변호인을 상대로 비난을 가하고, 시비를 유발하며 모욕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사관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한 유우성 씨, 어쩌다?

피의자 신문 과정에는 주신문관과 참여 수사관이 들어와 입회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끔 심부름 때문에 압수물을 갖고 들어올 수도 있다고 치자. 사회적 이슈가 되는 중요 사건이나 시국 공안 사건의 경우 2명의 신문관 이외에도 수많은 눈이 피의자 신문 과정을 들여다본다. 피의자의 태도나 언행에서 약점을 잡고 시비를 걸기 위해 10여 명이 조사실로 들어와 에워싸고 온갖 비난을 퍼붓는 경우도 있다. 시국 공안 사건의 경우 조사실 밖 관찰실에서 조사실을 모니터하는 수사관들이 너댓 명 있고, CCTV 영상으로 피의자 신문 과정을 모니터하는 지휘통제실의 수사관도 여러 명 있을 것이다. 주신문관과 참여 수사관이 아닌데도 피의자 신문 과정에 관여하며 피의자나 변호인이 보여주는 태도, 언행을 분석하고 중간중간 조사실을 제 집처럼 들락날락하거나 문자 메시지로 이런저런 지시나 코치를 하는 수많은 수사관들의 존재 역시 스트레스 유발 원인이다. 이들의 존재야말로 피의자나 변호인의 군기를 잡기 위한 목적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필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유우성 씨의 피의자 신문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가 피의자 신문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한 때부터 무서운 수사관들이 조사실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반말로 조사하던 이들이 사라지고 존댓말을 쓰는 수사관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피의자 신문 과정이 시작되자 주신문관과 참여 수사관은 자신의 인적 사항이 보안 사항이라며, 직책과 이름을 물어도 알려주지를 않았다. 피의자 신문 과정에 참여하는 수사관들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지 않는 것에 항의하자, 조사실을 모니터하던 한 수사관이 노크도 없이 조사실로 갑자기 들어와 변호사에게 이름을 알려주라고 지시하고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노크도 없이 들어온 수사관을 보자마자 유우성 씨는 벌떡 일어서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전에 그 수사관에게 얼마나 겁을 먹었으면 그럴까 싶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수사관을 비롯해 아주 무서운 수사관이 서너 명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가 변호인으로 참여하자 그들이 모두 조사실에서 사라졌는데, 수사관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는 문제로 시비가 붙자 위법 수사가 외부에 공개될 것을 걱정한 그 상관으로 보이는 수사관이 시빗거리를 차단할 생각에 부지불식간에 조사실로 들어왔던 모양이다. 

필자는 당시 외부에서 모니터하던 수사관이 노크도 없이 갑자기 들어온 것에 항의하였다. 주신문관에게 조사실 외부에서 모니터하고 지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말하고, 피의자 신문 조서에 이름이 남는 주신문관과 보조 참여 수사관이 신문 과정을 책임지고 진행하라고 요구하였다. 수사관들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 대해 외부 모니터를 하지 않고 외부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거짓말이다. 

탈북 여간첩 사건으로 유명한 원정화 사건에서 원정화의 공범으로 몰려 기무사의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백해 옥살이를 한 황모 중위가 있다. 황 중위는 자신이 허위 자백을 강제당했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그가 기무사 수사관들에게 피의자 신문을 받는 과정이 담긴 영상 녹화물을 입수해 본 적이 있다. 거기에는 피의자 신문 조서상의 주신문관이나 참여 수사관이 아닌 과장이라는 사람이 조사를 개시하고 주도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과장이라는 사람이 다짜고짜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미란다 경고도 하지 않고, 반말로 조사를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황모 중위는 과장이라는 사람이 위협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했고, 그러면서 조사 분위기가 그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피의자 신문 조서에 전혀 이름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 조사를 주도했다는 말이다. 

피의자 한 사람을 두고 수많은 수사관이 조사 장소 주변을 오가며 원숭이 보듯 구경하면서 온갖 모욕적인 말을 뱉고 지나간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 분위기를 견뎌낼 피의자는 많지 않다. 피의자가 자백하지 않는다고 강력계 형사 전부가 주눅 든 피의자 주변을 오가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면, 피의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거기에 욕까지 하고, 지나가면서 나이 어린 피의자라고 훈계하며 한 대씩 뒤통수라도 때리기라도 하면 수사관이 추궁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그 내용 그대로 허위 자백을 하게 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맡았던 사건에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공범이라고 의심받으며 추궁당하는 피의자들을 분리해 피의자 신문을 하면서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여 '다른 공범이 이미 자백했는데 너는 왜 부인하느냐'며 추궁하는 사건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수사관들이 피의자의 군기를 잡고 비난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가운데 피의자들이 제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 허위 자백을 할 개연성이 매우 높아진다. 

▲ 2014년 3월 28일 공판 참석을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의자 유우성 씨. ⓒ프레시안(최형락)

한 손으로는 처벌 위협, 다른 손으로는 자백 대가 약속하며 회유

멀쩡한 시민도 허위 자백을 하게 할 수 있는 수사 기법 중 수사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것은 처벌 위협, 그리고 자백 대가를 약속하며 회유하는 것이다. 물리적 강압 방식도 같이 섞어 쓰면 더욱 효과가 좋은 수사 기법이다. 온갖 스트레스를 유발당하는 피의자에게 수사관들이 가하는 가장 극심한 형태의 심리적 강압은, 자백하지 않고 부인하면 혹독한 처벌을 가할 것이라는 위협이다. 그와 더불어 수사관이 요구하는 대로 혐의 사실을 시인하면, 끝날 것 같지 않은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고 오히려 허위 자백을 하더라도 관대한 처벌을 받고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믿게끔 약속하고 회유한다.

멀쩡한 사람은 그런 방식의 위협과 약속에 절대 속지 않으리라고 보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가 아무리 학력 수준이 높고 지능이 높다고 하더라도, 고립무원 상태에서 미란다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그 권리의 행사 자체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가운데 수사관들로부터 장시간 신문을 받게 되면 허위 자백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저항할 수 있으나, 어느 순간 피로도가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피의자 신문을 빨리 끝내고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 순간부터 수사관들의 의심과 추궁에서 그 혐의를 벗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관의 양형 협박과 회유 사이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고립감과 무력감 상태에 빠져들면 누구나 허위 자백을 하는 상황에 빠진다. 수사관들에 의해 시야와 정보가 차단되어 터널에 갇힌 신세로 전락해, 암흑과도 같은 터널의 출구는 수사관이 가리키는 출구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믿게 되면 수사관이 던지는 허위 자백의 올가미에 걸려든다. 수사관이 가리키는 곳에는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출구는 없고, 오로지 유죄를 인정하는 자백의 출구밖에 없다. 그래서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원정화 사건의 황모 중위가 기무사의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겪은 일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황 중위는 '원정화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다가 '원정화가 간첩임을 알았다'고 자백했고 그 이후에는 원정화의 진술과 말을 맞추어 진술하였다. 범죄 사실을 부인하다가 인정한 것에 대해 황 중위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랬다고 나중에 말했다. 기무사 조사 중 수사관이 조사실 밖에서 수시로 회유했고, 조사실에서 그가 회유에 응하지 않고 결백을 주장하면 듣기 싫다는 식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위압적으로 행동했다고 황 중위는 주장했다. 또한 신문 도중 수사관이 '원정화가 황 중위에게 자신이 간첩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힌 원정화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해당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를 보여주면서 '인정하라'고 말했고, '사실을 계속 부인하면 원정화와 대질할 수밖에 없고 대질하면 넌 죽는다'는 등 상황이 아주 심각하게 될 수 있다는 식의 말과 함께 '그 대신 인정하면 쉽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황 중위는 말했다. 그는 기무사 조사에서 자백한 후 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검찰 수사에서도 자백을 유지했다. 그 결과 기소된 후 필자를 만나고 나서야 황 중위는 비로소 용기를 내어 '비자발적 허위 자백'을 다투게 되었다. 이후 그는 자백을 뒤집고 누명을 호소하며 하나도 남김없이 일관된 진술을 하였다. 이에 반해 원정화의 법정 증언과 태도는 매 시기 새로운 각본에 따라 짜 맞추어지기 일쑤며 그 진술의 초보적 신빙성조차 인정할 수 없다고 필자는 본다. 필자는 황 중위의 누명이 언젠가는 반드시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

피의자 신문을 주도했는데도 조서에선 사라진 성명 불상의 수사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기무사 조사 과정을 담은 영상 녹화물에는 황 중위에게 자백을 받아내 그를 원정화의 공범으로 만든 수사 기법이 잘 담겨 있다. 영상 녹화물을 보면 황 중위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는데도 조서상에는 수사관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도 조서 말미에 황 중위는 서명과 날인을 했다. 또한 영상 녹화물에는 자백 강요, 답변 유도,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신문 과정이 담겨 있다. 원정화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를 보여주며 원정화의 진술에 맞춰 자백하도록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반말과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언사를 구사하거나, 사면 등 회유를 시도하며 반복적으로 원정화의 진술에 맞춰 자백하도록 강제했다.

피의자 신문의 주신문관도 참여 수사관도 아닌 성명 불상의 과장이라는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영상 녹화물을 통해 짚어보자.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 이건 안 되잖아. (…) '원정화하고 황○○하고 관계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특별한 관계다'라고 했을 때는 기억이 안 난다는 얘기는 진술을 안 하겠다는 소리, 부인하겠다는 소리야."
"큰 거 아니야. 바로 진행되는 것들을 알게 될 거야. (…) 그 엄청난 교육을 받은 사람이 간첩이라고 하면서 황○○하고의 관계를 다 얘기했는데 우리(가) 황○○이 말을 믿겠어, 원정화 말을 믿겠어?"
"단독으로 혼자 한 거면 혼자 가지고 가면 돼. 그런 행위에 대해서 원정화가 알고 있고 원정화가 진술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꾸 진술을 부인하고 허위로 진술하고 그러면, 그게 참 문제다. 얘가 한 행위에 대해서 떳떳이 얘기를 못하는 것은 (…) 아직도 내 행위에 대해서 반성을 하지 못하고 숨기려고 하는 거야. 그런 모습들이 내 눈에 보여. 절대로, 그렇게 해서 끝날 문제가 아냐. (…) 빠른 시간 내에, 오늘 당장이라도 매듭지을 수 있어. 앞에서와 같이 그런 태도로 하면 시간이 엄청 길어진다. 길어지든 짧아지든 사실은 분명히 밝혀질 수밖에 없다. 해결은 황 중위가 하는 거야, 우리가 하는 게 아니고.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빨리 아니면 길게. 그러나 결과는 똑같다. 어떻게 생각해? 계속 이렇게 일관되게 갈 거야, 빨리 사실대로 진술하고 빨리 매듭을 지을 거야? 내 얘기가 뭔 얘긴지 이해가 안 되나? 그건 아니잖아. 고민하고 이걸 통해서 머릿속에 정리가 돼 있잖아. 틀려, 내 말?" 
"정리할 시간을 좀 더 줄까? 마음의 정리를 하라는 건 변명할 시간을 주겠다는 게 아니야. (…) 여기서 얘기를 할 거야, 변명으로 일관할 거야? 머리 굴리지 말고 분명히 사실을 규명해야 된다고 얘기했잖아. 황 중위가 얘기를 하든 안 하든 사실은 분명히 규명된다. 왜? 상대방이 있으니까." 

성명 불상의 과장이 이렇게 신문을 주도하는 동안 기무사의 주신문관은 내내 옆에서 참관했다. 그러던 중 과장이라는 사람이 원정화에 대한 조서를 황 중위에게 보여주는 과정에 끼어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황○○이,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얘기했잖아. 한 명이 진술하면 (다른) 한 명이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누가 인정받는지 얘기했잖아. 그만큼 둘 다 같이 해놓고, 한 명은 얘기했다고 하고 한 명은 안 했다고 했을 경우 누가 처벌받는지 그것도 얘기했잖아. 그건 내가 첫 회부터 했어. 오늘 최종, 마지막으로 과장님이 얘기하시면서 황 중위한테 조금이라도 사면하게 해주고 변명을 듣겠다고 하시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도리가 아니잖아. (…) 마지막으로 황 중위 생각해서 과장님이 진짜 변명의 여지를 듣고 또 '황 중위가 사랑을 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했다', 그걸 감안하기 위해서 얘길 하시는 거지." 
"했으면 사실을 떳떳하게 얘길 하고. 원정화가 황 중위를 처벌하기 위해서 저렇게 허위 자백하는 거야? (…) 그래서 최종,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이 마지막이란 의미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야. (…) 황 중위가 계속 부인하고 아니라고 했을 경우 법을 집행하는 수사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죄를 잡을 수밖에 없어. (…) 사실대로 진심 어린 (말을 하고) 사내답게, 남자답게, 육군 장교답게 선처해 달라, 그 말도 좋고. 원정화를 감싸고돌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알아서 해. 지금부터 진술은 마지막이라고 했어. 내 인내심은 마지막이야. 과장님은 모르겠지만 내 인내심은 마지막이야." 

영상 녹화물에 담긴 위와 같은 수사관의 추궁 내용은 조서에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조서의 작성자나 참여자가 아닌 성명 불상의 과장이 피의자 신문을 주도하고 추궁했는데도 그렇다. 필자는 성명 불상의 그 과장을 법정에서 증인으로 신문하고자 하였으나, 해당 기관에서 그 인적 사항조차 특정해 주지 않아 증인 신문은 무산되었다. 

황모 중위에 대한 자백 강요는 조사실 안에서 뿐만 아니라 휴식 시간 등에 밖에서 더 많이, 더 집요하게 이루어졌다. 휴식 시간 이후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 녹화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나한테 얘기한 말, 월요일날 술 먹고 한 행동하고 언동하고. (…) 한 번 써 보세요. 오늘 날짜 쓰고, 진술서를 오늘 그것으로 받을 거니까." 
"30분 동안 휴식을 했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수사관한테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추가 진술을 하고자 합니다. 맞습니까?" 

필자는 이를 수사관이 휴식 시간에 조사실 밖에서 갖은 자백 강요와 회유로 황 중위에게서 허위 자백을 이끌어낸 다음 조사실에서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개시한 것으로 본다.

이 영상 녹화물에는 "내가 물어보고 했던 내용을 남이 보더라도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영상 녹화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카메라가 꺼져 영상 녹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수사관이 황모 중위에게 "처벌받을 거 안 두려워요?"라고 묻고, 황모 중위가 "두렵죠"라고 대답하자 "두려운데 왜 그렇게 진술했어요?"라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그래도 그렇지, 장교라는 사람이 기무사의 저 정도 추궁에 허위 자백을 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드는가? 아니면 수사관들에게 장기간의 집요한 추궁을 당하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미란다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면 멀쩡한 사람이라도 허위 자백의 올가미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 장경욱 변호사. ⓒ프레시안(서어리)

고립무원 상태에서 반년 동안 끊임없이 조사, 귀결은 허위 자백…당신이라면?

피의자의 혐의 사실을 직접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이야기하는 참고인이나 목격자가 허위 진술을 하거나 수사관들의 사주에 의해 허위 진술을 하도록 만들어진 경우, 피의자가 자신을 허위 자백으로 몰아가는 수사관들이 쳐놓은 수많은 올가미에 걸리지 않고 벗어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제대로 된 변호인의 조력이 있어야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수많은 탈북자가 수사 기관과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하였다. 그 탈북자의 허위 진술을 제시하며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는 유가려 씨를 6개월에 이르는 장기간 동안 감금한 채 조사해 '오빠는 간첩'이라는 허위 자백을 만들어냈다. (관련 기사 : "오빠는 간첩"…멀쩡한 그녀는 왜 거짓 자백을 했나)

그 기간 동안 유가려 씨는 외부에서 모니터하는 1인 독방에 감금돼 사생활을 모두 감시당하는 가운데 허위 자백을 할 때까지 국정원 수사관들로부터 거의 매일 조사를 받았다. 그녀가 매일 숙제처럼 써내야 했던 진술서만 해도 수천 장에 이른다. 달력도 제공되지 않고 방 안에서 바깥으로 허락을 받아야 나갈 수 있는 상태로 가족들과 전화 연락도, 편지도, 면회도 되지 않는 고립무원 상태에서 온종일 조사를 받았다. 제대로 진술하지 않는다고 유 씨를 세워 욕하고 '화교 유가리'라고 쓴 종이를 등 뒤에 붙여 탈북자들 앞에 세워놓고 '탈북자로 가장해 들어온 나쁜 년'이라며 모욕을 주기까지 했다. 그녀는 '이러다가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죽으면 마음은 편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하였다. 

그녀는 수사관들이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믿고 '오빠는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을 하게 되었다.

"남한은 북한과는 법이 완전히 달라. 사람을 중시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죄를 반성하면 사형시키지 않고 교화도 보내지 않는단다. 죄를 인정한 사람은 국가에서 집도 주고 보호해주게 되어 있어. 그 대신 죄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교화를 가야 되는 거야. 한국 법은 그래."
"네가 진술을 잘해야 네 오빠가 교화를 1년만 가게 된다. 너희가 둘 다 화교이기 때문에 이대로 한국에서 살지는 못한다. 원래 너희 둘 다 교화 가야 되지만 우리가 도와줘서 오빠만 짧게 교화 살고 나오게 해준다. 오빠처럼 짧게 교화 갔다 오고 반성하게 되면 나라에서 잘살 수 있게 보호해준다. 네가 진술을 잘못하면 오빠가 짧게 살고 나올 것도 길게 살고 나온다. 네 가족은 네 손에 달려 있다." 

여러분이 유가려 씨와 동일한 환경에서 매일 조사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은 어떠했을 것 같은가? 수사관들이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위와 같은 허위 진술의 논리를 믿고 허위 자백을 했을까, 그렇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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