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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8, 2015

[취재파일] "취업청탁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최고위원

●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 분노했던 김태호 최고위원

지난 6일, 숨 가쁘게 돌아갔던 국회 상황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였습니다. 야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내용을 국회 부칙의 별첨 자료로 넣자고 최후 통첩했고, 이걸 여당이 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자리였습니다. 격론 끝에 새누리당은 별첨 자료라고 하더라도 수치를 넣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장 강하게 반대 발언을 했던 인물이 김태호 최고위원이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이제 와서 50%를 명기하는 안을 받아들이는 건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것"이라며 격정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토로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이 막히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라는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거수투표'라는 최후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의원들의 의견을 물을 생각도 했었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그 자리에서도 의원들에게 열변을 토했습니다. "나라 망하게 하는 복지는 할 수 없다"며, "우리가 그리스를 닮아가는 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포퓰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작했는데,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를 붙이는 순간 지켜야할 가치를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초선 의원도 아니고 최고위원의 이런 발언은 분명 지도부가 무시할 수 없는 당내 목소리입니다. 협상 막판에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고, 정치적으로 평가 받아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거수투표는 실현되지 못했고, 협상안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최종 거부되면서 본회의 전체가 무산되는 대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발언 몇 시간 전 본회의장에서 찍힌 '취업 청탁 문자'
하지만 이런 진지한 의정활동과는 사뭇 다른 김 최고위원의 스마트폰 화면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뉴데일리> 소속 사진 기자가 촬영한 것인데, 취업청탁 문자로 의심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몇 시간 전, 본회의장에서 김 최고위원이 누군가에게 "이력서를 한 장 보냈다"는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상대편에서 "받았다"며, "(요구한 자리가) 고문에 월 3백만 원 급여가 맞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업무 시작이 "6월부터"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감사하다"는 답 문자를 발송한 내용이 최종적으로 담겨있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는 의원들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기자들은 4층 방청석에서 본회의장을 내려다보며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의원들의 스마트폰은 사진 기자들의 주요 취재 대상입니다. 휴대전화 내용이 종종 문제가 되면서 정면에서만 화면을 보게 하는 필름을 붙이거나, 아예 스마트폰을 꺼내보지 않는 의원들도 생겼습니다. 이런 국회 본회의장 상황을 도지사를 역임하고, 재선의 김태호 최고위원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자신의 휴대전화가 기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위험을 감수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 김태호 "일자리 있으면 도와달라는 것은 누구나 하는 거 아니냐"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문자의 행간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본회의장에서 보낸 것은 '감사하다'는 짧은 답 문자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련의 문자 내용에 대해서는 "지인들이 어려우면 도와주는 과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취업청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자리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은 공정한 룰에 의해서 이뤄지겠지만, 회사의 자문역이나 정부 부처 감사나 이사는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인을 감사나 이사로는 보낼 수 있고, 모두 그렇게 하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는 취지로 들리기도 합니다. 자신이 문자를 보낸 것은 사기업이라며, "지인들끼리 도와줄 게 있으면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본회의장에서 그런 문자가 노출됐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봐서 사과는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설명만 듣고는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좋은 사람을 주변에 추천하는 것을 시비 걸 생각은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큽니다. 사람을 찾고 있는 기업에 적합한 사람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인'은 곤란합니다. 게다가 문자 내용은 고문이라는 '자리'와 월 3백이라는 '액수'가 매겨져 있어 거래와 흥정이 오간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추측까지 가능해보입니다.

● '성완종 사태' 벌어진 국회에 대한 시선 알고 있나

이른바 '성완종 사태'는 국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자신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기업의 이익을 위해 거리낌 없이 사용했던 성완종 전 의원의 리스트는 국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크게 만든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의 직위를 너무나 쉽게 사용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미래가 달린 연금을 개혁하고 그에 연계될지도 모르는 국민연금까지 논의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어려운 처지의 지인의 일자리를 위해 취업 청탁 문자를 보내는 여당 최고위원의 세심함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그런 행동을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고 당당하게 반문하는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말문이 막히는 느낌이 드는 건 저 혼자뿐일까요.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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