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과 사회동향연구소가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최근 대중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기자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최근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일부 언론인들을 기레기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6.9%가 ‘일부 언론인들의 경우 그런 표현을 들을 만하다’고 답했다. 반면 ‘현실을 벗어난 지나친 표현’이라는 답변을 한 기자들은 10.7%에 불과했다.
▲ 최근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일부 언론인들을 '기레기'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기자들의 답변. | ||
기자들도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대중정서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 왜곡보도를 낸 것에 대해 KBS기자들이 지난해 5월에 작성한 ‘반성문’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세간의 비판에 공감하는 것이다. ‘기레기’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왜곡보도로 인해 나온 상징적인 비판이다.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에서 언론의 진상규명 노력 부족과 왜곡보도로 인해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며 반성하는 성명을 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83.6%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연차가 낮은 기자들일수록 언론노조 성명을 공감하는 비율이 높았다. 경력 5년 미만 기자들은 92.1%, 5년~10년차는 82.5%, 10년~15년차는 76.2%, 15년~20년차는 66.7%의 응답자가 성명에 공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아니라도 기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상황은 있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세월호 현장이 아니더라도 여러 취재현장에서 (기사를)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거나 지면을 채우기 위해 내용을 ‘짜내야’하는 경우가 있다”며 “시간이나 인원 부족 문제로 충분한 취재를 하지 못할 땐 내 기사가 부끄러워진다”고 말했다.
기사를 소비하는 방식이 종이지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기레기’가 될 가능성은 커졌다. 인터넷 기사들은 대부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기자들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뉴스제공이 언론의 편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3.6%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에 언론에 보도된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 오보. | ||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 사이트가 언론사와 뉴스를 선별해서 노출하는 방식은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특종·속보로 경쟁하는 문화를 부추긴다. 기자들은 ‘언론사 간의 특종·속보 경쟁의 폐해로 지적된 제목이나 내용의 선정성 문제’에 대해 95.9%의 응답자가 ‘문제 있다’고 답했다.(복수응답)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거나 속보나 이미 나온 기사들도 ‘단독’을 달아 눈에 잘 띄게 하는 현상은 일상이 됐다.
한 일간지 기자는 “내가 쓴 기사의 핵심이나 방향과 다른 뉘앙스로 제목을 뽑는 경우가 있다”며 “소위 섹시한 멘트로 뽑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기사 내용보다 일단 제목이 좋아야 읽히는 구조에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기자들은 특종·속보로 경쟁으로 인한 폐해로 지적된 ‘사생활 침해, 가십성 뉴스 등 무분별한 보도 범위’에 ‘문제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2.6%, ‘사실 확인되지 않은 오보 양산’에 대해 ‘문제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1%에 달했다.
한편 언론의 신뢰도는 공영방송의 신뢰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었다. 기자들은 방송3사와 케이블, 종편을 포함해 ‘개인적으로 어느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을 가장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40.2%)가 SBS라고 답했다.
▲ 개인적으로 어느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을 가장 신뢰하고 있느냐에 대한 기자들의 답변. | ||
기자들이 두 번째로 신뢰하는 언론사는 JTBC로 나타났다.(16.4%) 이 통신사 기자는 “JTBC에 대한 신뢰도 높다는 생각은 들지만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녹취록을 무리하게 공개하는 모습에서 ‘결국 시청률 신경쓰는 종편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앙일보 계열사라서 그런지 신문사처럼 논조가 있을 것 같다는 편견도 있다”고 말했다. JTBC가 손석희 사장을 영입한 이후 많은 신뢰를 얻고 종편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SBS와 비교했을 때 많이 뒤쳐진 이유다. 한 뉴스 통신사 기자는 “그래도 지상파 3사의 영향력이 가장 큰 상황에서 KBS와 MBC의 뉴스가 신뢰를 잃으면서 SBS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며 “KBS와 MBC는 정권에 의해 망가졌지만 SBS는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SBS가 잘했다는 평가보다는 KBS와 MBC가 신뢰를 잃은 게 핵심이다. 이 질문에 KBS를 택한 비율은 8.2%에 불과했고, 전체 응답자 중에서 MBC를 택한 기자는 없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를 JTBC라고 답한 한 일간지 기자도 성 전 회장 녹취록 공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이 기자는 “그래도 세월호 참사 직후 공정보도를 위해 힘써왔던 노력이 있고, 뉴스가 100분으로 늘어나고 난 뒤 뉴스가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모습이 보여서 신뢰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신뢰하는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은 SBS가 40.2%로 1위, JTBC가 16.4%로 2위, YTN이 9%로 3위, KBS가 8.2%로 4위를 차지했고, 종편인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1.6%의 응답자가 선택했고 MBC와 더불어 MBN을 선택한 기자도 없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범위 종합일간지, 뉴스통신사, 방송사, 인터넷종합신문, 경제지 차장급 이상을 제외한 취재 기자들을 상대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됐고 전화면접(CATI)과 모바일, 이메일 조사를 병행 실시해 380명 중 122명이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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