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11개월 동안 324번의 비공식모임
2013년 10월부터 2014년 8월까지 기록
A씨는 유력 정치인 보좌관 출신으로 현재는 지역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각 비서관들이 일정이 생기면 메모로 적어 전달합니다. 그러면 일정담당 비서가 취합해 아래아한글이나 엑셀 등으로 옮겨 적습니다. 보통 A4용지 1장에 2주나 4주 단위로 일정을 만들어 수행비서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형태지요.” 성 전 회장의 비망록도 그런 전형적인 국회의원 일정표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비망록에는 수많은 일정이 기록되어 있다. 모두 다 참석한 일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14년 1월 16일 일정을 보면 오전 9시30분에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메리어트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30분 뒤인 10시에는 서산과 태안의 4군데 자치센터에서 ‘농업교육’ 일정이 잡혀 있다. 그리고 다시 오후 1시30분에는 코리아나 호텔에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는 스케줄이다. 다른 날짜의 자료에 보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주최하는 토론회, 공청회, 각종 행사 일정도 빼곡하게 적혀 있다.
다시 앞서 A씨의 설명. “의원님이 어디를 갈까에 관해 보좌관들끼리 자기가 미는 일정을 두고 토론합니다. 노골적으로 말해, 어느 쪽을 가야 표가 더 많이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죠. 이것을 잘 결정하는 것이 ‘정무’의 첫발이죠.” 기본적으로 비망록에는 ‘항상 붙어 다니는’ 비서관은 거론되지 않는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이례적으로 비서관 이름이 언급된 일정이 두 차례 나온다. 하나는 2014년 3월 26일 저녁 7시30분,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하꼬네’ 식당에서 가진 이용기 비서실장 등과의 자리다. 이 일정의 ‘출현’에 대한 의문은 바로 다음날 점심, 성 전 회장이 만나게 될 사람의 일정과 같이 봐야 풀릴 수 있다. 다음날 점심 때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성 전 회장이 만난 사람은 윤모씨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을 전달했다고 밝힌 측근이다. 성 전 회장의 발인이 이뤄지던 날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충청포럼 관계자 B씨는 “죽기 2~3일 전 성 전 회장이 비서관들을 대동하고 투병 중인 윤씨를 다시 찾아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혹시 ‘배달사고’가 있었는지 여부를 재차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사후 증인을 만들기 위한 성 전 회장 측의 치밀한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4월 23일, 이 비서실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 외 개인 일정은 거의 드물다. 눈에 띄는 것은 의원직 상실 직전인 6월 16일부터 한양대병원에 매주 월요일 오전 8시에 들러 재활치료를 받은 것이다. 이것은 의원직 상실로부터 온 충격 때문이었을까.
<주간경향>은 수천건이 넘는 성 전 회장의 일정 중 공개행사나 공식일정을 제외한 비공식적인 개인 일정을 골라 DB작업을 했다. 입수한 비망록에서 이 경우에 해당하는 일정은 모두 324개였다. DB화를 한 것은 성 전 회장이 가진 ‘만남’의 패턴과 동선, 만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정밀 대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비망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언론검색을 통해 기존 보도된 내용과 아직 보도되지 않은 ‘만남’을 추려냈다. 비망록은 종편 JTBC와 중앙일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존 언론의 검증은 주로 경향신문 인터뷰와 메모를 통해 폭로된 친박 핵심인사 8명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비망록의 파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월 23일, 감사원은 “금감원이 경남기업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에 압력을 넣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계를 중심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언급된 인사들이 성완종 비망록에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감사원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금감원의 직무수행과 직원의 행위를 중심으로 감사를 해왔고, 일부 전·현직 직원의 범죄행위 개연성이 확인돼 정리해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긴 상태”라고만 밝힐 뿐 구체적 내용은 거론하고 있지 않다. ‘비망록’에 성 전 회장이 만난 것으로 언급된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까닭이다.
비서관 대동한 이례적 일정 두 차례
‘비망록’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나온 이야기는 “성 전 회장이 가장 많이 만난 인사는 이완구 총리”라는 것이었다. 국회에서 관련 추궁이 이어지자 “성 전 회장과 친분이 없다”고 했던 당초의 입장에서 “동향 출신이고 당시 원내대표였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만남’의 숫자에는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 공식행사에 같이 참여한 것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단 둘만의 만남이나 의원들의 비공식적인 식사 자리 등은? <주간경향>이 확보한 기간 중 이완구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단독 또는 다른 의원들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자리를 가진 것은 모두 11회다. 그리고 그 다음은 누굴까.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10차례다. 박준우 정무수석은 지난해 6월 16일 청와대 개편으로 물러났다. 보도를 보면, 박 전 수석은 퇴임 직후 유력한 주일대사 후보였다. 외교부 관료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이 고려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박 전 수석은 속칭 ‘물’을 먹었다. 7월, “박 전 수석을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청와대에서 낙점했다”는 보도가 논란이 됐다. 논란은 국회 외통위에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11월 12일 열린 재단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의 건’을 상정하고 의결을 무기한 연기했다. 박 전 수석은 올해 2월에서야 세종재단 이사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가 시작된 것이 11월이었다.” 충청포럼 고위인사 B씨의 언급이다. ‘성완종 표적조사’의 불똥이 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 전 회장의 비망록을 보면 박 전 수석은 퇴임 직후인 6월 18일에도 종로타워 33층에 자리 잡은 고급 레스토랑 탑클라우드23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다. 성 전 회장이 다른 약속 대부분을 여의도에서 잡은 것과 달리, 박 전 수석을 10여차례 만날 때 주로 이용된 장소는 코리아나 호텔이었다. 통의동에 있는 태진복집을 선택하기도 했다. 박 전 수석의 ‘동선’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 전 수석과의 만남 리스트를 보다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3월 6일자 약속시간이다. 오전 11시20분이다. 일반적으로 약속을 잡는 시간은 10시 정각, 11시 정각 식이다. 간혹 30분 단위로 약속을 잡기도 하지만 ‘20분’이라는 시간은 예외적이다.
청와대 전 정무수석과 석연잖은 만남
이날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성 전 회장의 이 날짜 비망록은 오전 7시 국가조찬기도회부터 시작한다. 오전 10시,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BC(비즈니스 센터)에서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인사와 회동한다. 다시 30분 뒤엔 의원회관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을 만난다. 그리고 다시 광화문으로 나와 11시20분에 박 전 수석을 만나는 일정이다. 이어 다시 여의도로 출발, 12시15분에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여의도 일식집 ‘이즈미’에서 만난다. 이날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 기록되어 있는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인사와의 회동은 앞의 10시를 포함해 총 4개다. 오후 5시에 렉싱턴 호텔의 중식당, 다시 6시30분 역시 여의도 음식점 돌하르방을 거쳐 저녁 8시30분에 강남으로 건너가 팔레스 호텔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전날의 여파인지, 이튿날의 일정도 비정상적이다. 10시10분에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을 만난다. 그리고 12시40분, 청와대 옆 삼청각 모란룸으로 간다. 2주 단위로 끊어져 있는 성 전 회장 다이어리의 앞장에는 이 모임 시간이 12시로 되어 있다. 그리고 대통령 정무비서관이라는 약속 대상과 함께 김기춘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런데 뒷장에서는 ‘김기춘’이라는 이름이 사라진다. 정무비서관과 새누리 초선의원 모임만 남은 것이다. 어떻게 봐야 할까. 2006년 10만 달러 수수설이 나온 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과의 만남을 부인해 왔다. 그러다 2013년 11월 6일 만난 사실은 시인했다. 사라진 김기춘이라는 석 자는 이틀간의 성 전 회장의 비정상적인 강행군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일지 모른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왜 성 전 회장이 죽던 날 평창동에 갔겠느냐. 내가 보기엔 김기춘을 만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했던 것 같다. (김기춘 전 실장과) 다리를 놓으려 했던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 성 전 회장은 마지막까지 그 누군가로부터 걸려올 ‘콜백’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휴대폰 기록은 남아 있다. 이 부분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과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 발언 등을 두고 워크아웃당한 자신의 경남기업에 대한 ‘셀프 구제가 아니었나’라는 논란이 나왔다. <주간경향>은 정리한 성완종 비망록 DB를 통해 금융권 인사 관련 접촉도 재정리해봤다. 총 6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나와 있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성 전 회장이 처음 만난 곳은 2013년 12월 26일 국회 본청 사무총장 회의실이었다. 비망록은 의원직을 상실한 6월 26일 이후에도 한 차례 더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여의도의 일식집 ‘키사라’에서 만나던 것을 광화문 ‘키사라’로 바꿨다. 압력 행사자로 감사원 자료에 언급되는 김진수 전 기업금융구조개선국장을 만난 날짜는 3월 11일과 5월 15일, 그리고 6월 30일이다.이때 만난 장소는 자신의 의원실(의원회관 420호), 의원직 상실 이후에는 렉싱턴 호텔 중식당 차이나타운에서 만나 식사했다. 이 밖에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 등장하는 금융권 인사는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대표, 고승범 금융정책국장 등이다.(표 참조)
2014년 3월6일과 7일, 무슨 일이
국회 정무위 활동을 하면서 경제계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만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14년 2월 12일의 일정이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성 전 회장은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을 팔레스호텔 다봉에서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 정진행 사장은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의 사촌형이다. 2011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은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에티오피아를 국빈방문한다. 정 사장과 성 전 회장은 재계 수행단의 일원으로 일정에 참여했다. 성 전 회장의 비망록을 보면, 김종근 전 에티오피아 대사를 4월 10일 오전 8시에 역시 정 사장과 같은 장소에서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김 전 대사는 충청포럼 멤버로 언급되고 있다.
비망록에 적혀 있는 정계, 관계, 경제계 인사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돈이 오간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지역행사에는 (100), (400)과 같은 숫자가 붙어 있다. 이 숫자는 행사 기부금일까.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계기는 2011년 11월,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서산장학재단에서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청소년 선도사업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무죄였으나 2심에서는 당선무효형인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것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런데 비망록의 숫자들이 기부금이라면?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상시적으로 돈이나 물품, 음식물을 요구하거나 주고받는 것을 못하게 되어 있다. 충남선관위 관계자는 “비망록에 적혀 있는 숫자가 기부금 액수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인 것은 맞다”면서도 “인지했으면 조사에 들어갔겠지만 본인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제공한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내부제보가 아닌 한 조사에 들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망록에 대한 검찰 조사는 어디까지 이뤄질까. 2014년 2월 11일자 비망록에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남산자락의 고급 레스토랑 ‘일 비노로소’에서 점심에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일 비노로소 관계자는 “이회창 전 대표가 과거 종종 방문한 것은 맞다”면서도 “성완종 전 회장이 같이 왔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또 검찰이나 언론에서 문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비망록에 이름이 올라갔다고 다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넘나들며 수시로 공식·비공식적인 모임을 갖는다. 게다가 성 전 회장은 정무위 소속이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나 당대표, 사무총장과의 단순 만남을 가지고 수사 잣대를 들이대긴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런 케이스다. 2014년 2월 10일 오후 5시, 성 전 회장은 이재오 의원을 만나러 은평구 진관사를 방문한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내 친이(親李)계의 좌장격 의원이다.
지역행사에 써 있는 숫자의 의미는
이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이 의원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날 오후 은평구청 불자행사에 참여한 것은 나온다. 성 전 회장은 왜 이 의원의 지역구까지 찾아가 이 의원을 만났을까. 이재오 의원실 관계자는 “당연히 언론으로서는 궁금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우리도 그날 왜 성 전 회장이 거기에 갔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진관사에서 전통 사찰음식을 먹는 행사를 종종 열기도 하는데 거기엔 여러 의원들이 참석한다. 사실 언론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은 부분은 의원님 출판기념회에 성 전 회장이 참석했다는 기록 때문이었는데, 우리도 솔직히 걱정이 되어서 확인해보니 10만원을 냈다는 것이다. 10만원은 의원끼리 도의적으로 내는 정도의 액수라 안심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성 전 회장은 가리지 않고 다 만나 ‘억울하게 당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다녔다. 이쪽에서는 다 알려진 일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 성 전 회장이 금융계 인사들을 국회에 불러들인 일을 두고 “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이 만나자고 하면 안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유력 종합일간지에서 논설위원을 역임한 충청포럼 고위관계자 C씨는 이런 말을 했다. “나도 언론인 출신이지만, 성 전 회장의 인맥 범위는 나보다도 10배는 넓은 것 같았다.” 여러 이야기 끝에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 양반 입장에서는 그저 부지런하게, 열심히 산 것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범죄행위가 되어버렸지만….” 묘한 여운이 남는 회고다.
<가장 많이 이용한 음식점은 일식집 이즈미>
“거기 비싼 데예요. 방에서 두 사람이 먹으면 적어도 두당 40만원은 깨지는 곳인데….” 앞의 충청지역 정치권 인사 A씨의 말이다. 거기란? 여의도 일식집 이즈미다.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정치인들이 자주 회합을 갖는 대부분의 음식점이 망라되어 있다. 이 음식점들의 공통점은 은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의 국회사무실(의원회관 420호)을 제외하고 비망록의 약속장소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장소는 렉싱턴 호텔(21회)과 코리아나 호텔(18회)이다. 하지만 렉싱턴 호텔에 입점해 있는 가게들, 리틀도쿄, 뉴욕뉴욕, 차이나타운 등을 성 전 회장은 골고루 이용했다. 단일 가게로 치면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이 이즈미(12회)다.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 따르면 이즈미는 특히 야권 인사들을 만날 때 단골로 사용되었다. 2014년 3월 6일 이해찬 의원, 5월 21일 문희상 의원과 점심약속이 눈에 띈다. 이 밖에도 정갑윤 국회 부의장,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홍상표 의원 등과 이곳에서 모임을 가졌다. <주간경향>이 DB화해 살펴본 비공식적인 모임은 324건이었다. 4월 24일 기준으로 이 중 언론 보도에 인용된 모임은 모두 52건. 간접적으로 언급이 된 경우는 56건이었다. 반면, 188건의 경우 아직까지 전혀 보도되지 않은 자리였다.
성 전 회장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자신이 만난 사람과 장소, 시간을 기록해놨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제 그 목록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데스노트, 살생부(殺生簿)가 될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성 전 회장의 비망록을 지켜보는 이유다.
·약속일정 기록된 다이어리 철저 해부… 검찰 수사 어디까지 이뤄질까
“다 만듭니다.” 기자와 자리를 마주한 충청지역 정치권 인사 A씨의 말이다. A씨는 성완종 비망록(備忘錄)에 등장하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도움을 요청해 만났다. 성완종 다이어리 또는 비망록으로 불리는 이 기록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요 약속일정이 꼼꼼히 기록된 것이다. 기자가 입수한 것은 출력본 형태로, 2013년 10월부터 2014년 8월까지다. 2014년 6월 26일, 성 전 회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A씨는 유력 정치인 보좌관 출신으로 현재는 지역 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다. “각 비서관들이 일정이 생기면 메모로 적어 전달합니다. 그러면 일정담당 비서가 취합해 아래아한글이나 엑셀 등으로 옮겨 적습니다. 보통 A4용지 1장에 2주나 4주 단위로 일정을 만들어 수행비서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형태지요.” 성 전 회장의 비망록도 그런 전형적인 국회의원 일정표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비망록에는 수많은 일정이 기록되어 있다. 모두 다 참석한 일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14년 1월 16일 일정을 보면 오전 9시30분에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을 메리어트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30분 뒤인 10시에는 서산과 태안의 4군데 자치센터에서 ‘농업교육’ 일정이 잡혀 있다. 그리고 다시 오후 1시30분에는 코리아나 호텔에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는 스케줄이다. 다른 날짜의 자료에 보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주최하는 토론회, 공청회, 각종 행사 일정도 빼곡하게 적혀 있다.
다시 앞서 A씨의 설명. “의원님이 어디를 갈까에 관해 보좌관들끼리 자기가 미는 일정을 두고 토론합니다. 노골적으로 말해, 어느 쪽을 가야 표가 더 많이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죠. 이것을 잘 결정하는 것이 ‘정무’의 첫발이죠.” 기본적으로 비망록에는 ‘항상 붙어 다니는’ 비서관은 거론되지 않는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이례적으로 비서관 이름이 언급된 일정이 두 차례 나온다. 하나는 2014년 3월 26일 저녁 7시30분,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하꼬네’ 식당에서 가진 이용기 비서실장 등과의 자리다. 이 일정의 ‘출현’에 대한 의문은 바로 다음날 점심, 성 전 회장이 만나게 될 사람의 일정과 같이 봐야 풀릴 수 있다. 다음날 점심 때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성 전 회장이 만난 사람은 윤모씨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을 전달했다고 밝힌 측근이다. 성 전 회장의 발인이 이뤄지던 날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충청포럼 관계자 B씨는 “죽기 2~3일 전 성 전 회장이 비서관들을 대동하고 투병 중인 윤씨를 다시 찾아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혹시 ‘배달사고’가 있었는지 여부를 재차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의 사후 증인을 만들기 위한 성 전 회장 측의 치밀한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4월 23일, 이 비서실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 외 개인 일정은 거의 드물다. 눈에 띄는 것은 의원직 상실 직전인 6월 16일부터 한양대병원에 매주 월요일 오전 8시에 들러 재활치료를 받은 것이다. 이것은 의원직 상실로부터 온 충격 때문이었을까.
<주간경향>은 수천건이 넘는 성 전 회장의 일정 중 공개행사나 공식일정을 제외한 비공식적인 개인 일정을 골라 DB작업을 했다. 입수한 비망록에서 이 경우에 해당하는 일정은 모두 324개였다. DB화를 한 것은 성 전 회장이 가진 ‘만남’의 패턴과 동선, 만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정밀 대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비망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언론검색을 통해 기존 보도된 내용과 아직 보도되지 않은 ‘만남’을 추려냈다. 비망록은 종편 JTBC와 중앙일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존 언론의 검증은 주로 경향신문 인터뷰와 메모를 통해 폭로된 친박 핵심인사 8명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비망록의 파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월 23일, 감사원은 “금감원이 경남기업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에 압력을 넣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제계를 중심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언급된 인사들이 성완종 비망록에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감사원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금감원의 직무수행과 직원의 행위를 중심으로 감사를 해왔고, 일부 전·현직 직원의 범죄행위 개연성이 확인돼 정리해 수사기관에 자료를 넘긴 상태”라고만 밝힐 뿐 구체적 내용은 거론하고 있지 않다. ‘비망록’에 성 전 회장이 만난 것으로 언급된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까닭이다.
‘비망록’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나온 이야기는 “성 전 회장이 가장 많이 만난 인사는 이완구 총리”라는 것이었다. 국회에서 관련 추궁이 이어지자 “성 전 회장과 친분이 없다”고 했던 당초의 입장에서 “동향 출신이고 당시 원내대표였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만남’의 숫자에는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 공식행사에 같이 참여한 것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단 둘만의 만남이나 의원들의 비공식적인 식사 자리 등은? <주간경향>이 확보한 기간 중 이완구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단독 또는 다른 의원들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자리를 가진 것은 모두 11회다. 그리고 그 다음은 누굴까.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10차례다. 박준우 정무수석은 지난해 6월 16일 청와대 개편으로 물러났다. 보도를 보면, 박 전 수석은 퇴임 직후 유력한 주일대사 후보였다. 외교부 관료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이 고려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박 전 수석은 속칭 ‘물’을 먹었다. 7월, “박 전 수석을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청와대에서 낙점했다”는 보도가 논란이 됐다. 논란은 국회 외통위에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11월 12일 열린 재단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의 건’을 상정하고 의결을 무기한 연기했다. 박 전 수석은 올해 2월에서야 세종재단 이사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가 시작된 것이 11월이었다.” 충청포럼 고위인사 B씨의 언급이다. ‘성완종 표적조사’의 불똥이 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 전 회장의 비망록을 보면 박 전 수석은 퇴임 직후인 6월 18일에도 종로타워 33층에 자리 잡은 고급 레스토랑 탑클라우드23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다. 성 전 회장이 다른 약속 대부분을 여의도에서 잡은 것과 달리, 박 전 수석을 10여차례 만날 때 주로 이용된 장소는 코리아나 호텔이었다. 통의동에 있는 태진복집을 선택하기도 했다. 박 전 수석의 ‘동선’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 전 수석과의 만남 리스트를 보다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3월 6일자 약속시간이다. 오전 11시20분이다. 일반적으로 약속을 잡는 시간은 10시 정각, 11시 정각 식이다. 간혹 30분 단위로 약속을 잡기도 하지만 ‘20분’이라는 시간은 예외적이다.
이날 어떤 일이 있었을까. 성 전 회장의 이 날짜 비망록은 오전 7시 국가조찬기도회부터 시작한다. 오전 10시,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BC(비즈니스 센터)에서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인사와 회동한다. 다시 30분 뒤엔 의원회관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을 만난다. 그리고 다시 광화문으로 나와 11시20분에 박 전 수석을 만나는 일정이다. 이어 다시 여의도로 출발, 12시15분에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여의도 일식집 ‘이즈미’에서 만난다. 이날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 기록되어 있는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인사와의 회동은 앞의 10시를 포함해 총 4개다. 오후 5시에 렉싱턴 호텔의 중식당, 다시 6시30분 역시 여의도 음식점 돌하르방을 거쳐 저녁 8시30분에 강남으로 건너가 팔레스 호텔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전날의 여파인지, 이튿날의 일정도 비정상적이다. 10시10분에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을 만난다. 그리고 12시40분, 청와대 옆 삼청각 모란룸으로 간다. 2주 단위로 끊어져 있는 성 전 회장 다이어리의 앞장에는 이 모임 시간이 12시로 되어 있다. 그리고 대통령 정무비서관이라는 약속 대상과 함께 김기춘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런데 뒷장에서는 ‘김기춘’이라는 이름이 사라진다. 정무비서관과 새누리 초선의원 모임만 남은 것이다. 어떻게 봐야 할까. 2006년 10만 달러 수수설이 나온 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과의 만남을 부인해 왔다. 그러다 2013년 11월 6일 만난 사실은 시인했다. 사라진 김기춘이라는 석 자는 이틀간의 성 전 회장의 비정상적인 강행군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일지 모른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왜 성 전 회장이 죽던 날 평창동에 갔겠느냐. 내가 보기엔 김기춘을 만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했던 것 같다. (김기춘 전 실장과) 다리를 놓으려 했던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 성 전 회장은 마지막까지 그 누군가로부터 걸려올 ‘콜백’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휴대폰 기록은 남아 있다. 이 부분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과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 발언 등을 두고 워크아웃당한 자신의 경남기업에 대한 ‘셀프 구제가 아니었나’라는 논란이 나왔다. <주간경향>은 정리한 성완종 비망록 DB를 통해 금융권 인사 관련 접촉도 재정리해봤다. 총 6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나와 있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성 전 회장이 처음 만난 곳은 2013년 12월 26일 국회 본청 사무총장 회의실이었다. 비망록은 의원직을 상실한 6월 26일 이후에도 한 차례 더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여의도의 일식집 ‘키사라’에서 만나던 것을 광화문 ‘키사라’로 바꿨다. 압력 행사자로 감사원 자료에 언급되는 김진수 전 기업금융구조개선국장을 만난 날짜는 3월 11일과 5월 15일, 그리고 6월 30일이다.이때 만난 장소는 자신의 의원실(의원회관 420호), 의원직 상실 이후에는 렉싱턴 호텔 중식당 차이나타운에서 만나 식사했다. 이 밖에 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 등장하는 금융권 인사는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대표, 고승범 금융정책국장 등이다.(표 참조)
2014년 3월6일과 7일, 무슨 일이
국회 정무위 활동을 하면서 경제계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만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14년 2월 12일의 일정이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성 전 회장은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을 팔레스호텔 다봉에서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 정진행 사장은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의 사촌형이다. 2011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은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에티오피아를 국빈방문한다. 정 사장과 성 전 회장은 재계 수행단의 일원으로 일정에 참여했다. 성 전 회장의 비망록을 보면, 김종근 전 에티오피아 대사를 4월 10일 오전 8시에 역시 정 사장과 같은 장소에서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김 전 대사는 충청포럼 멤버로 언급되고 있다.
비망록에 적혀 있는 정계, 관계, 경제계 인사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돈이 오간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지역행사에는 (100), (400)과 같은 숫자가 붙어 있다. 이 숫자는 행사 기부금일까.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계기는 2011년 11월,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서산장학재단에서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청소년 선도사업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무죄였으나 2심에서는 당선무효형인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것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런데 비망록의 숫자들이 기부금이라면?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상시적으로 돈이나 물품, 음식물을 요구하거나 주고받는 것을 못하게 되어 있다. 충남선관위 관계자는 “비망록에 적혀 있는 숫자가 기부금 액수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인 것은 맞다”면서도 “인지했으면 조사에 들어갔겠지만 본인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제공한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내부제보가 아닌 한 조사에 들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망록에 대한 검찰 조사는 어디까지 이뤄질까. 2014년 2월 11일자 비망록에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남산자락의 고급 레스토랑 ‘일 비노로소’에서 점심에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일 비노로소 관계자는 “이회창 전 대표가 과거 종종 방문한 것은 맞다”면서도 “성완종 전 회장이 같이 왔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또 검찰이나 언론에서 문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비망록에 이름이 올라갔다고 다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넘나들며 수시로 공식·비공식적인 모임을 갖는다. 게다가 성 전 회장은 정무위 소속이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나 당대표, 사무총장과의 단순 만남을 가지고 수사 잣대를 들이대긴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런 케이스다. 2014년 2월 10일 오후 5시, 성 전 회장은 이재오 의원을 만나러 은평구 진관사를 방문한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내 친이(親李)계의 좌장격 의원이다.
지역행사에 써 있는 숫자의 의미는
이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이 의원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날 오후 은평구청 불자행사에 참여한 것은 나온다. 성 전 회장은 왜 이 의원의 지역구까지 찾아가 이 의원을 만났을까. 이재오 의원실 관계자는 “당연히 언론으로서는 궁금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우리도 그날 왜 성 전 회장이 거기에 갔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진관사에서 전통 사찰음식을 먹는 행사를 종종 열기도 하는데 거기엔 여러 의원들이 참석한다. 사실 언론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은 부분은 의원님 출판기념회에 성 전 회장이 참석했다는 기록 때문이었는데, 우리도 솔직히 걱정이 되어서 확인해보니 10만원을 냈다는 것이다. 10만원은 의원끼리 도의적으로 내는 정도의 액수라 안심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성 전 회장은 가리지 않고 다 만나 ‘억울하게 당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다녔다. 이쪽에서는 다 알려진 일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의원직을 상실하기 전 성 전 회장이 금융계 인사들을 국회에 불러들인 일을 두고 “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이 만나자고 하면 안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유력 종합일간지에서 논설위원을 역임한 충청포럼 고위관계자 C씨는 이런 말을 했다. “나도 언론인 출신이지만, 성 전 회장의 인맥 범위는 나보다도 10배는 넓은 것 같았다.” 여러 이야기 끝에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 양반 입장에서는 그저 부지런하게, 열심히 산 것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범죄행위가 되어버렸지만….” 묘한 여운이 남는 회고다.
<가장 많이 이용한 음식점은 일식집 이즈미>
성 전 회장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자신이 만난 사람과 장소, 시간을 기록해놨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제 그 목록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데스노트, 살생부(殺生簿)가 될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성 전 회장의 비망록을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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