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불법선거자금 수수 의혹 관련해 야당이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와 청와대 비서실장 출석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를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다.
23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로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12명의 야당 의원들과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만 참석했다. 나머지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아쉽게도 오늘 논의할 사안에 대해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상적인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 양해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여야는 전날인 22일까지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를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은 여야가 지난 14일 성완종 리스트의 진위를 따져 묻기 위한 상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운영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근거로 운영위원회를 속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23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여당 의원석이 텅 비어있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피켓을 내걸고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야당은 더불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론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운영위원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순방 이후, 그리고 재보선 선거를 치른 이후에 운영위를 열자며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23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불참을 비판했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세 명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있었나. 그런데 어떻게 운영위를 지금까지 안 열고, 거부할 수 있나”라며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이 사태를 두고 분노하지 않는 의원이라면 의원을 그만둬야 한다.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도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 이런 분노도 없이 정치를 하나”라며 여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찬열 새정치연합 의원은 “운영위를 못 여는 사유가 4.29 재보선 때문이란다. 나도 당에서 성남중원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선거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위해 운영위 개최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새누리당이 왜 청와대를 성역화하는지 모르겠다. 진실을 감추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사태로 여야는 진실규명을 위해 안행위, 법사위, 운영위를 열어 진상규명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오늘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했다”며 “결국 국민들과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의 정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계속된 말 바꾸기를 지적하며 허태열‧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국회에 출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2006년 박근혜 대통령과 벨기에, 독일에 방문했을 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우리를 초청한 독일의 재단(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이 항공료와 체재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아데나워 재단은 숙식 및 교통비용은 제공했으나 항공료는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2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참석하며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CBS 노컷뉴스 | ||
김 전 실장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비서실장이 된 이후 성 전 회장을 만난 적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비서실장 시절 만난 적 있다고 말을 바꿨다. 또한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과 통화한 적 없다고 말했으나 최근 검찰 수사에서 성 전 회장이 최근 1년 간 김 전 실장과 40여 차례 통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기춘 실장은 우리는 만날 수 없는 구중궁궐에 있었다. 왜 공식적인 자리에는 안 나타나고 엉뚱하게 뒤로 가서 밥을 먹고, 또 밥 먹은 적 없다고 거짓말했다가 들통나는 건가”라며 “국회 운영위에 청와대 전전 비서실장, 전 비서실장, 현 비서실장이 출석해야 국민적 의혹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또한 “이병기 실장이 7억을 받아서, 김기춘 전 실장이 10만 달러를 받아서 어디다 썼는지 우리는 알아야겠다. 아데나워 재단은 비행기 삯을 안 대줬다는데 그럼 비행기 삯은 어디서 났는지도 알아야겠다”며 “그런데도 왜 운영위를 막는지, 그 부담은 새누리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대통령 측근들이 관련된 일인데 대통령이 아무 사과가 없고 남의 일 이야기하듯이 한다. 그러면 비서실장이라도 국회에 나와서 ‘죄송하다’, ‘성심성의껏 답변 하겠다’고 한 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것도 못하는 국회가 국회냐”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의 발언이 끝난 후 유승민 원내대표가 여당 입장을 설명했다. 유 원내대표는 “4월 14일에 상임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개최할 것인지는 합의가 충분히 안 됐다”며 “현실적으로 선거를 앞둔 시기에 정치공방을 피하자는 뜻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16일~27일 간 대통령의 순방 때문에 청와대가 국회 출석이 곤란하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고 여당이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 힘들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27일 대통령이 귀국을 하고, 28일이 재보선 하루 전이다. 4월 30일이나 5월 1일, 5월 4일 언제든지 운영위를 열겠다”며 “현직 청와대 직원들은 당연히 출석요구를 하겠으나 허태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현직 청와대 직원이 아니다. 여야 간사들이 이 부분에 합의만 하면 나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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