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달리 보수는 쉽게 분열하지 않는다. 기득권 체제의 보호막 안에 있는 보수는 단기 이익, 개별 이익이 기득권 체제와 충돌해도 좀처럼 도전하지 않는다. 기득권이 온전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처럼 안정적인 기득권 구조에서는 그런 장기 보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수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잠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다리는 쪽을 선호한다. 일대일 동시교환 같은 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상응하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로 주면 언젠가 선의로 응답하리라는 기대. 그게 바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말한 의리와 신뢰가 가능한 배경이다.
그런 교환 방식은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잘 통했다. 이명박의 형을 비롯한 거의 모든 측근들은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모두 파티에 참여할 수 있었고 모두가 만족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득권 분배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집권세력은 궁지에 몰렸고, 민심이란 호랑이를 달래기 위해 떡 하나를 줘야 했다. 기득권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또한 보수다. 성 회장이 말한 의리와 신뢰는 그렇게 깨졌다.
한국은 보수정권이 통치하기 쉬운 사회다. 재벌경제라는 든든한 물적 기반, 항상 사회의 다수파를 차지하는 보수, 그들의 이익과 가치를 대변하는 주류 언론,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북한이라는 존재는 수월한 통치를 보장한다. 게다가 약한 야당이란 행운도 있다. 이 정도면 땅 짚고 헤엄치기는 아니더라도 보통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2개월 만에 국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는 취임 3년차에 이르러도 총리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낙마하고, 겨우 총리가 되어도 중도 사퇴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다. 다섯 번째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 지쳐가고 있다.
5개 정부부처는 8개월 시한부의 임시직 장관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는 편향적 역사인식 때문에 부적격이라고 비판받은 인물을 굳이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앉힌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5개월 만에 관뒀다. 고령이라 일을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일에 전념할 사람이 아닌 물러나야 할 사람, 곧 물러나기로 예약한 사람에게 정부 일을 맡기는 대통령. 그러니 내각은 항상 임시체제, 비상체제이고 국정은 과도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가 손을 잘못 댄 건 정부조직만이 아니다. 그는 시류 따라 사건 따라 창조경제, 국가개조, 부패척결로 국정과제를 바꾸었다. 이제 부패척결도 성완종 사건에 이르자 야당까지 겨냥하는 정치개혁에 자리를 내주었다. 관료들은 이렇게 수시로 옮겨 다니는 골대를 좇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느라 우왕좌왕이다. 국정과제는 앞뒤, 우선순위 없이 뒤엉킨 채 켜켜이 쌓여가는데 자기를 이렇게밖에 부릴 줄 모르는 집권세력의 실력을 관료들은 금방 알아챈다. 만만해 보이는 이 집권세력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리 없다. 박근혜도 그걸 느끼는지 시간이 갈수록 단호한 지시와 명령을 쏟아내며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 과격해지는 그의 언어는 그의 통치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일 뿐이다.
1952년 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장군 출신 아이젠하워가 이길 경우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자리에 앉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트루먼의 예언대로 자기가 무언가 결정하면 그걸로 문제가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오면 충격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 연구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은 그 권력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는 어떤 결과도 얻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박근혜는 명령통치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솔직하게 그가 통치할 자격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자격은 물론 능력이다. 대통령이 장관, 참모 스스로 일하도록 설득하는 능력 없이는 어떤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뉴스타트는 지적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그의 정통성을 별로 시비하지 않았던 이유는 국정 성과를 통해 사후 정통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투른 채찍질만 해온 그가 아직 그걸 손에 쥐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기득권 체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건 성완종과 메모 8인이 아니라 박근혜다. 보수는 이쯤에서 결심해야 한다. 박근혜는 통치 불가능성에 직면했다. 이대로 함께 무너질 건가, 궐기할 건가.
한국은 보수정권이 통치하기 쉬운 사회다. 재벌경제라는 든든한 물적 기반, 항상 사회의 다수파를 차지하는 보수, 그들의 이익과 가치를 대변하는 주류 언론,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북한이라는 존재는 수월한 통치를 보장한다. 게다가 약한 야당이란 행운도 있다. 이 정도면 땅 짚고 헤엄치기는 아니더라도 보통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2개월 만에 국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는 취임 3년차에 이르러도 총리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낙마하고, 겨우 총리가 되어도 중도 사퇴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다. 다섯 번째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 지쳐가고 있다.
5개 정부부처는 8개월 시한부의 임시직 장관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는 편향적 역사인식 때문에 부적격이라고 비판받은 인물을 굳이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앉힌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5개월 만에 관뒀다. 고령이라 일을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일에 전념할 사람이 아닌 물러나야 할 사람, 곧 물러나기로 예약한 사람에게 정부 일을 맡기는 대통령. 그러니 내각은 항상 임시체제, 비상체제이고 국정은 과도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가 손을 잘못 댄 건 정부조직만이 아니다. 그는 시류 따라 사건 따라 창조경제, 국가개조, 부패척결로 국정과제를 바꾸었다. 이제 부패척결도 성완종 사건에 이르자 야당까지 겨냥하는 정치개혁에 자리를 내주었다. 관료들은 이렇게 수시로 옮겨 다니는 골대를 좇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느라 우왕좌왕이다. 국정과제는 앞뒤, 우선순위 없이 뒤엉킨 채 켜켜이 쌓여가는데 자기를 이렇게밖에 부릴 줄 모르는 집권세력의 실력을 관료들은 금방 알아챈다. 만만해 보이는 이 집권세력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리 없다. 박근혜도 그걸 느끼는지 시간이 갈수록 단호한 지시와 명령을 쏟아내며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 과격해지는 그의 언어는 그의 통치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일 뿐이다.
1952년 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장군 출신 아이젠하워가 이길 경우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자리에 앉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트루먼의 예언대로 자기가 무언가 결정하면 그걸로 문제가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오면 충격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 연구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은 그 권력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는 어떤 결과도 얻지 못한다고 했다.
기득권 체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건 성완종과 메모 8인이 아니라 박근혜다. 보수는 이쯤에서 결심해야 한다. 박근혜는 통치 불가능성에 직면했다. 이대로 함께 무너질 건가, 궐기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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