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선체 가장 밑바닥인 가스터빈실 외판 가운데에서 발견된 파공과 관련해 이미 인양 당시와 언론인 및 블로거 공개설명회 때 촬영된 사진에서도 희미하게 그 흔적이 나타나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6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해군 2함대에 전시중인 천안함 선체 현장취재 과정에서 촬영한 가스터빈실 외판 바닥에서 발견된 파공은 가로세로 크기 10~13cm의 둥근 사각형 형태였다. 이 같은 파공이 가스터빈실 외판 인양직후에도 있었던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과거 블로거 및 언론인 등이 방문했을 때 촬영된 사진, 합조단 보고서 사진 등을 살펴 본 결과 파공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이 분명한 파공인지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 이유는 먼 거리에서 찍은 가스터빈실 전체 사진 속에서만 이 파공이 일부 보였으며 전체 크기에 비해 작았기 때문에 파공이라고 분명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또한 당시까지만 해도 해군은 가스터빈실을 바닥면이 위로가도록 거꾸로 엎어놓았기 때문에 오히려 바닥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기도 했다.

21일 미디어오늘이 블로거 김경석씨(지수바라기)로부터 확보한 2010년 5월 19일 가스터빈실 인양 당시 촬영된 사진(시계반대방향으로 90도 회전된 사진)을 보면, 가스터빈 왼쪽 끝으로부터 약 2.5m 거리에 위치한 프레임 부분이 검게 보이는데, 뚜렷하게 파공을 식별할 수 없다.
  
천안함 가스터빈 2010년 5월 19일 인양당시. 사진=블로거 김경석씨 제공.
 
  
2010년 6월 29일 언론설명회 당시 위에서 촬영된 천안함 가스터빈 사진. 사진=블로거 김경석씨 등
 
이 보다 뚜렷한 사진은 지난 2010년 6월 29일 국방부가 평택2함대에서 개최한 ‘언론인 설명회’에서 참가 언론인(미상-김경석씨가 제공)이 촬영한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길이방향으로 촬영된 가스터빈 외판 바닥을 보면, 사진 정면에서 볼 때 오른쪽 맨 위 끝에서부터 가로 세로 2m, 2.5m 거리에 튀어나온 프레임 틈새에 검은 구멍이 다소 분명하게 보인다. 당시엔 이것이 파공인가에 대해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미디어오늘과 통일뉴스 기자,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블로거 김경석씨 등 4인이 평택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한 가스터빈을 들여다본 순간 5년 전 파공 의심 흔적이 파공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로세로 10~13cm 크기의 제법 큰 파공이었다.

이밖에도 해군은 가스터빈실 잔해를 천안함 함수 함미와 분리시켜 공원 오른 편에 별도 전시해뒀다. 반파 순간을 재조명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가스터빈도 천안함 함수와 함미 사이에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주요 잔해이자 법정 증거물인 천안함 함수, 함미, 가스터빈 등이 인양한지 5년이 지나면서 5년 전 부식(녹슨) 상태보다 빛깔이 대체로 검게 변색돼 있었다. 5년 전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긁히거나 해저에 닿아 녹이 슬어있는 부위는 대부분 붉은 색이었으나 이번에 전시된 잔해의 부식 부위는 대부분 검게 변색돼 있었다. 함미의 좌우현 스크루에서는 아직도 녹물이 떨어져 그 아래에 받침대까지 설치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비공개했던 가스터빈실을 별도로 떼어내 전시한 것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며 “함수 함미 사이의 제자리에 가져다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이밖에 연돌, 가스터빈, 마스트는 모두 외부에 따로 빼놓았는데, 특히 선체의 주요 부위인 가스터빈을 외부에 전시해놓은 것은 맞지 않다”며 “사고의 타격을 가장 직접 받은 것으로 판단되는 중요한 선체를 마치 하나의 별도 부품처럼 분리해서는 안된다”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함수와 함미 사이에 함께 연결해놓고 배치해야 충격받았을 때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며 “본래 자리에 가져다 놓도록 국방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평택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가스터빈실 외판 바닥면의 파공. 사진=조현호 기자
 

김씨는 또 가스터빈실에 대해 “어뢰 폭발이라고 했는데, 가스터빈을 똑바로 보니 버블제트로 보일 수 없을 정도로 가운데가 쪼개진 부분이 나타나있지 않았다”며 “가운데 쪽은 비교적 멀쩡했으며 버블제트의 흔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블로거인 김경석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절단면과 가스터빈 등의 녹슨 부위를 보면, 5년 전 보다 더 폭발로 보이게끔 변색돼 보인다”며 “시커먼 부위(녹슨부위)가 더 넓어졌다. 보존처리한다는 구실로 약품처리라도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천안함 침몰 당시 해군 2함대 정훈공보실장이었던 김태호 국방부 대변인실 중령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파공에 대해서는 아직 다른 처리할 일들이 많아 어떻게 생긴 것인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곧 확인한 뒤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중령은 함수, 함미 사이에 가스터빈실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의혹 제기한 사람들 말에 일일이 맞출 수 없다”며 “5년 동안 일반에 공개해왔다는 것은 우리가 감추거나 더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부식된 부위가 변색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 중령은 “주요 증거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손댄 것은 전혀 없으며 약품처리도 안한 것으로 안다”며 “자연적 현상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다. 매일 주말까지 공개하는데, 언제 약품처리를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지난 16일 평택 해군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가스터빈실 외판 바닥면의 파공. 사진=조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