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23일 1심 판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것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기소로 인한 ‘진보교육감 흔들기’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조 교육감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논란은 지난해 6·4 서울시 교육감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시 조희연 캠프 측이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의 트위터 내용을 바탕으로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조 후보 측은 이 문제가 교육감 후보의 자격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며 후보 검증 차원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고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고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님을 공개편지로 해명했다.
이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선 조 후보에게 ‘주의 및 경고’를 줬고 경찰에선 ‘무혐의’를 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불과 하루를 앞두고 조 교육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유승희 위원장)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은 재판부가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후보 검증에 따른 공방에 대해 한계를 적시하고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선거 민주주의 후퇴이며 유권자의 알권리를 포기한 퇴행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혹 해명 요구란 증거가 완벽하지 않지만 보통사람의 상식과 정황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항을 당사자가 직접 해명하라는 것”이라며 “후보자 간의 중요한 의혹에 대한 해명요구가 허위사실유포에 해당된다면 그동안 대통령선거나 각종 선거에서 제기한 의혹들 중 상당수는 허위사실유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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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도 논평을 내고 “사실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도 조희연 후보를 향해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과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연루 의혹 등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고 모두 사실무근임이 판명돼 고 후보 역시 선관위로부터 주의 경고를 받았다”며 “시민이 뽑은 교육감을 검찰이 무리한 기소로 법정에 세우고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세월호를 겪은 학부모와 시민들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표로 표현했던 것인데, 정부·여당은 이러한 시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치졸하게도 교육감 선거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며 “검찰의 조 교육감 기소도 진보교육감 흔들기의 시작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1심 판결 이후 일각에서 교육감직선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대통령 직선제 자체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엉뚱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교육감직선제 폐지 주장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정착돼 가는 교육자치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전국을 중앙집권적으로 강력히 통제하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곤 하던 과거의 관료제 교육감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고승덕에게 미국영주권 보유를 해명하란 발언이 당선무효 사유라면 대선 이틀 전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유세 시 ‘국정원녀의 댓글은 없다’는 발언은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며 당선무효 사유”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트위터를 통해 “만약 조 교육감에게 적용된 잣대를 들이대면 대통령부터 시도지사, 국회의원에서 시군구의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후보자들은 승패불문 전원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교육감의 변호 과정에서 변호인들이 검찰의 주장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 배심원 7명 전원이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사무차장은 지난 24일 국민TV <뉴스K>와 인터뷰에서 “검찰에선 조 교육감 측이 고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별히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공격했는데 이런 부분이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그에 반해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그 부분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칼럼니스트 권재원 성원중 교사는 “애초에 변호인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라 다만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방어논리를 편 것이 오히려 ‘허위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읽히면서 나쁜 결과가 됐다”며 “차라리 ‘그 때는 정말 미국 영주권자인 줄 알았다’고 하면서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서 공표했다고 주장해야 방어가 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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