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리면 어쩌려고! 그만 해!"
18일 오후 3시 10분. 경찰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있던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뛰어들었다. 한 시간 여 전부터 벌어진 경찰의 세월호 유족 고립 및 연행 작전에 항의하던 유가족 4명이 경찰차 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아찔한 장면이 펼쳐졌다.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아래서 지켜보던 유족들은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세월호 1주년 이후 첫 주말을 맞은 18일, 유가족들은 오전부터 또 다시 경찰의 과잉 작전과 싸워야했다. 그 과정에서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등 16명이 연행됐고, 1명의 유가족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족들은 지난 16일부터 사흘 째 광화문 누각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경찰, '유민 아빠' 김영오 씨 등 세월호 유가족 16명 연행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광화문 누각 아래와 길 건너 광화문 광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이 농성 중인 유족과 충돌해 오후 2시경 11명이 연행됐다. 이들은 현재 서울 금천경찰서 등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광화문 앞 도로에 드러눕는 등 불법행위를 해 연행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의 설명은 다르다. "경찰이 광화문광장에서 누각 아래 농성장으로 건너 오려는 유가족을 강제로 막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던 단원고 2학년 5반 고 서동진 군의 어머니는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의경 1명도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가족들이 농성 중인 광화문 누각 주변을 차벽으로 완전히 차단한 상태다. 유가족들이 "도로를 막고 있는 건 경찰 차벽이니 치워라", "차벽은 위헌 판결이 났는데 왜 법을 어기냐"고 항의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유가족 연행에 항의하며 오후 2시 경부터 일부 유가족이 경찰 차벽 위에 올라가 피켓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들마저 오후 3시 경 모두 강제로 끌어내려 연행했다. 두 번째 연행자 가운데는 '유민 아빠' 김영오 씨도 있었다. 이들은 서울 노원경찰서로 이송됐다.
오후 4시 20분 현재, 유가족 연행에 항의하기 위해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 나선 시민들을 경찰이 또 다시 연행하고 있다.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와 '청와대 인간 띠잇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경찰이 유가족 및 시위 참가자에 대한 대대적인 연행 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이날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차벽 트럭 18대와 경찰 병력 172개 부대, 약 1만3000명을 배치했다. 오후 4시경부터 서울 시청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진행하던 참석자 2만여 명은 계속되는 경찰의 연행 소식에 급히 대회를 마무리하고 광화문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앰네스티 "세월호 시위진압,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모욕"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18일 세월호 유족들과 시위 참가자들을 무분별하게 진압하는 한국 공권력의 행태를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서울과 영국 런던에서 동시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경찰이 불필요한 경찰력을 사용해 유가족을 해산하려 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널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진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부적절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유가족 모두에 대한 모욕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팡 조사관은 이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체포나 위협의 공포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찰이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에 진행된 시위에서 캡사이신 최루액을 살포한 것과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는 "특정 폭력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기 보다는 평화적인 집회 참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살포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는 국제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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