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29일 뉴욕시 전역의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스, 피자헛 등 패스트푸드 식당의 노동자 수백명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걸고 파업을 벌였다. 노조가 없는 패스트푸드 식당 노동자들이 연대파업을 벌인 것은 미국에서 처음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최저임금 인상 운동이 3년 뒤 미국 전역에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1만7476원)를 확산시키는 결실을 맺고 있다.
미국 뉴욕주가 22일(현지시각) 패스트푸드 식당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임명한 임금위원회는 이날 뉴욕주 전역의 패스트푸드 체인 식당 종업원들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8.75달러에서 2018~2021년에 1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들이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을 결정했으나, 주 차원에서는 뉴욕주가 처음이다.
우선 올해 안에 물가가 비싼 뉴욕시에서는 10.50달러, 그외 지역에서는 9.75달러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오른다. 뉴욕시에서는 향후 3년 동안 매년 1.50달러씩 올라 2018년에 15달러에 도달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2021년에 15달러가 된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이 행동하면, 다른 주가 따른다”며 “우리는 언제나 최초였고, 가장 진보적이었다”고 이날 결정에 자부심을 보였다. 위원회의 결정이 발표되자 그동안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을 선도한 뉴욕시의 노조 지도자들과 노동자들은 감격의 환성을 터뜨렸다. 시민단체인 ‘일하는 가족들의 당’의 뉴욕주 국장인 빌 립턴은 “99%의 사람들을 위한 승리”라며 “최저임금에 대한 확실히 새로운 기준이 생겼고, 이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실질적인 생활임금”이라고 평가했다. 시간당 15달러 임금을 받으며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할 경우 연 3만달러 이상을 벌 수 있어, 노동자가 생활을 꾸려나가기에 충분한 생활임금이 된다.
이날 캘리포니아대학교도 종업원과 계약직 노동자 전원의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인 21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의회도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을 승인했다. 앞서 5월에는 로스앤젤레스 시정부가 같은 조처를 취했다.
시애틀·LA 등 대도시 이어
8.75달러서 점진적 2배 인상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할 경우
연 3만달러 이상 벌 수 있어
‘월가 점령’뒤 불평등 인식 확산
3년에 걸친 연대파업 결실 맺어
3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목표로 여겨졌던 최저임금 15달러는 이제 미국 곳곳에서 대세로 정착하고 있다. 2012년말 뉴욕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 운동은 2013년 봄에는 6개 도시로, 그해 8월에는 60개 도시로, 2014년 5월에는 150개 도시로, 그리고 그해 12월에는 190개 도시로 확산됐다. 이 운동은 지난해 5월1일 시애틀시가 최저임금을 당시 9.32달러에서 2015년부터 15달러로 대폭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드디어 꿈이 아닌 현실로 변했다.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운동이 이처럼 현실을 바꾸는 동력이 된 것은 기존 노조 활동가들의 협력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국제서비스종업원노조는 지난 3년 동안 약 5000만달러를 지원하며 이 운동을 도왔다. 패스트푸드 식당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자 사업장의 확대가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갉아먹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야 노동운동의 기반도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국제서비스종업원노조의 의장인 메리 케이 헨리는 “맥도널드와 월마트의 임금 인상은 노동자 쪽으로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저임금 인상 물결은 금융위기 직후 일어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시작된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 운동의 결실이기도 하다. 당시 이 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활동가들이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운동을 주도했다. 월가 점령 운동이 불붙인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밑거름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지지하며, 선거 공약으로 의제화했다.
기업 경영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쟁력을 갉아먹고, 최저임금이 싼 인근 지역의 기업들만 번성시킬 것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이미 20년 전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통념을 실증적으로 반박했다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적한다. 미국 내의 특정한 한 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해당 주 안에서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실증적 자료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노동 규율 등의 향상을 통해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은 고용주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뉴욕주의 최저임금 인상은 민주당 출신 진보적 정치인인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쿠오모 주지사의 노력에 힘입기도 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처음부터 지지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주의회가 인상안을 거부하자, 특별위원회 설립을 지시해 이번 결과를 이끌어 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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