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혹을 방송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징계주체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당했던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4년 여 동안의 법정투쟁 끝에 방통위의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를 두고 당시 제작진은 천안함 의혹을 제기한 방송의 정당성을 얻었다며 이젠 진짜 천안함의 진실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의 명백한 부당 정치심의에 대해 사과받고 싶다고 제작진은 촉구했다.
대법원 특별3부(재판장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9일 KBS(조대현 사장)가 방통위(최성준 위원장)를 상대로 제기한 <추적 60분> 제재조치처분취소 소송에서 방통위의 ‘경고’ 제재조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제재조치를 취소하라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방통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상고심 절차 특례법 4조 ‘심리 불속행’에 해당되는 사건으로 보고 심리기일을 한 번도 열지 않은채 이같이 판단했다.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당시 제작에 참여했다가 올해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이직한 심인보 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방송이 제작진의 합리적 의문 제기이며, 정부를 감시 비판을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판단한 항소심 재판부 결정의 진전된 법리를 대법원 재판부도 받아들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사진은 2010년 KBS <추적60분> 재직시절).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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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기자는 “천안함 의혹 자체에 대한 정부조사결과를 의심할 수 있는 언론의 권리에 대해 (존중하는) 판결을 한 것”이라며 “나아가 ‘천안함에 대한 정부 조사결론이 완전하지 않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의 태도에 대해 심 기자는 “정부가 그동안 합리적 의혹제기에 대해 내놨던 반응들이 언론자유가 보장된 민주공화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태였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프로그램 하나의 문제제기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가 과도한 행정력을 동원해 억압할 것이 아니라 ‘대답’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본인이 KBS를 떠나 뉴스타파로 이직한 것과 관련해 심 기자는 “천안함 방송이 언론인으로서의 내 진로에 분수령이 됐다”며 “천안함 방송 이후 ‘요건만 갖추면 기사로 방송될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져 이 같은 논리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근무환경을 찾다 직장을 옮기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향후 규명돼야 할 천안함 의혹에 대해 심 기자는 “국정원 해킹사건에서도 나타나듯이 국정원이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만 선별적으로 공개해왔던 것처럼 1번어뢰도 마찬가지”라며 “1번어뢰가 처음 공개됐을 때 의문점이 많았고, 국방부의 자기모순도 있었으나 정부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감춰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 | ||
천안함 침몰 5년이 훌쩍 넘긴 것과 관련해 심 기자는 “그동안 우리가 정부조사결과에 대해 의혹제기와 반박 등 네거티브한 것만 해왔는데, 앞으로는 포지티브한 접근을 하고 싶다”며 “이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의 정치심의에 대해 심 기자는 “방심위(방통위)의 흉악한 심의에 대해 사과받고 싶다”며 “방심위의 심의가 명백하게 잘못됐을 때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는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대해 △스크루조사에서 스웨덴 조사팀이 배제한 것처럼 방송 △엇갈린 백령도 초병 진술을 일치된 것처럼 방송 △흡착물질의 성질이 침전물인 것으로만 방송 △국방부가 재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방송 △마치 많은 이들이 조사결과를 못믿겠다고 한 것처럼 방송했다며 ‘경고’(중징계) 처분했다.
이 같은 징계처분에 대해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10일 판결을 통해 충분한 노력을 통해 언론사로서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한 것이라고 보고 징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백령도 초병 진술과 관련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두무진 돌출부 쪽 2~3시 방향에 빛이 퍼졌다가 소멸하는 것을 봤다’는 백령도 초병 김승창 일병의 진술과 ‘초소를 기준으로 280도에서 불빛을 봤다’는 박일석 상병의 진술이 방위각까지 일치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초소를 기준으로 우측에 있는 두무진 돌출부 방향이라는 부분은 최소한 일치하고 합조단이 주장하는 폭발원점(초소 기준 220도 지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합조단이 제시한 폭발원점과 초병들의 섬광을 목격한 지점이 불일치하다는 사실을 기초로 합조단이 발표한 폭발원점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충분한 노력을 투입해 확인된 사실에 기초해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흡착물질과 관련해 “KBS가 이 분야 전문가인 정기영 교수의 실험결과를 통해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합조단 발표내용과 달리 비결정질 알루미늄 수산화 수화물이다’라는 점을 주장한 것일 뿐, 폭발물질이 아니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며 “또한 추가적인 실험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해 수중폭발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스크루 변형 요인 분석에 스웨덴 조사팀의 참여 여부 방송에 대해 재판부는 “방송에서 전달하고자 한 부분은 스웨덴 조사팀이 스크루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추진축의 밀림을 스크루 변형의 원인으로 밝혀낸 주체가 합조단의 노인식 교수라는 점’”이라며 “(제작진이) 노 교수를 만나 스웨덴 조사팀이 직접 스크루 조사를 담당했는지 확인했다고 밝혀 논의 대상이 조사주체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KBS는 추적60분 방송에서 정기영 안동대 교수가 천안함 선체 및 1번 어뢰에서 채취한 흡착물질을 분석한 내용(알루미늄황산염수산화수화물:침전물로 추정)과 합조단도 자체 분석에서 폭발과 무관한 ‘황산염’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내보냈다.
천안함 1번 어뢰. 사진=인터넷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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