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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2, 2015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82일간 140명 조사, 33번 수색, 9TB 자료… ‘친박’은 없었다

ㆍ친박 6명 서면조사… 대선자금 수사하며 계좌추적도 안 해
ㆍ검찰 수사팀 스스로 ‘경남기업 의혹 특별수사팀’이라 불러

김진태 검찰총장이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 검찰 특별수사팀 수사는 81일 만에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 기소키로 하고 친박 실세 6명은 손도 대지 못했다.

검찰은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근거를 찾을 실력과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은 대신 리스트에는 없던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야당과 노 전 대통령 측은 억지로 ‘끼워넣기’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 문무일 팀장이 2일 성완종 리스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귀인·비밀장부 찾느라 헛심

검찰 수사는 지난 4월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이후 경향신문 보도에 나온 내용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140명을 460회에 걸쳐 조사했고, 33번의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9.3TB(영화 3600편 분량의 데이터)의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분석했지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박 인사 6인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확보한 증거자료는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등 비박 인사들에게만 해당됐다.

수사팀은 존재하지도 않은 ‘귀인’과 ‘비밀장부’ 확보에 거의 모든 수사력을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번지수를 잘못 짚고 헛심을 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부장의 증거인멸 혐의를 잡아 구속 기소했지만 결국 제보자를 처벌한 셈이 됐다.

친박 실세에 대한 강제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초동 단계에서 신속하게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이 이뤄졌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소환조사도 없었다. 수사팀은 김기춘 전 실장 등을 부를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문종 의원만 서면조사 이후 한 차례 불렀을 뿐이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성완종 리스트’나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는 ‘허위’에 가깝다. 수사팀 관계자는 “능력의 한계, 상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오늘 수사 결과가 리스트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이완구 전 총리 등 여권 실세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연속해서 특종 보도한 경향신문 4월10·11·14일자 1면(위부터).

■ “정치적 눈치를 본 수사”

수사팀은 애초부터 정치적이었다. 지난 4월12일 출범한 수사팀은 ‘경남기업 의혹 관련 특별수사팀’이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왜 리스트 8인에 대한 수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수사팀은 “리스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수사팀이 공언한 대로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은 김한길 전 대표와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등 야권 인사가 검찰에 걸려들었다. 특히 검찰은 노건평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공개하고 소환조사까지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 지시를 내린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에 검찰이 충실하게 ‘노무현 죽이기’로 응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친박 인사들의 대선자금 수수 의혹은 진실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중간에 돌출된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은 실체가 있는 것처럼 부풀려진 채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수사팀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눈치를 본 수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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