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수감된 7인 중 처음으로 한동근 전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31일 오전 5시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과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이날 한 전 이사장의 출소에 맞춰 대전교도소 앞에서 ‘한동근 동지 환영과 구속자 구출 결의대회’를 가졌다.
출소한 한 전 이사장은 “우리의 명예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제가 맨 앞에 나서서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새벽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환영인파
이날 한 전 이사장 출소를 앞둔 오전 3시쯤부터 서울, 경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나 개인차량을 탄 환영인파들이 하나둘씩 대전교도소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구명위 관계자는 “서울에서 출발하는 인원을 모집할 때는 사람이 너무 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50인승 버스 한 자리도 빠짐없이 만석으로 오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한 전 이사장의 출소를 기다리며 환영인파들은 각자 준비한 환영공연을 점검하거나 방송시설을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오전 5시가 다가오자 ‘한동근 이사장님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플래카드를 들고 교도소 정문 앞 양 옆으로 늘어서서 한 이사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 전 이사장이 교도소 안에서 정문을 향해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이자 환영단은 한 이사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마침내 정문을 나온 한 전 이사장은 마중 나온 부인, 어머니와 얼싸안은 뒤 다른 일행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환영단은 준비해 온 ‘국정원’, ‘내란조작’, ‘공안탄압’ 글귀가 붙은 박을 한 전 이사장이 발로 밟아 깨도록 했다.
“남아있는 구속자가 하루빨리 나올 수 있게” 결의
환영사를 맡은 정진우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장)는 “내란음모는 조작이며 남은 사람들이 형기를 마치기 전에 당장 오늘이라도 내보내야하는 역사적 당위가 있다”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그 날을 위해 전진해나갈 책임이 있다. 오늘이 그러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출발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란음모 수감자 홍순석 옛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부인인 박사옥 ‘내란음모조작사건 구속자 가족대책위’ 대표는 “한 이사장이 나와 너무나 기쁘지만 한편으론 감옥에 있는 9명의 동지들, 특히 재판 이후에 구속된 3명의 동지가 떠올랐다”며 “수감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명예회복이 되지 않고 사건이 끝난 다음에도 공안탄압의 도구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우리 가족대책위가 더욱 힘있게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의사를 맡은 양경수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은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은 동지를 만나는 것인 것 같다. 동지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고 물리적으로 몸이 떨어져있는 것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며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서 이석기 전 의원과 9명의 동지들의 감옥문을 열어젖히고 70미터 고공에서 스스로를 하늘감옥에 가둔 2명의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한 전 이사장 “동지들 놔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말 잇지 못해
한 전 이사장은 “2년 동안 0.75평 독방 감옥에서 꽁꽁 갇혀 있다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리웠던 동지들을 만나게 되니 가슴이 벅차오르지만 마음 한켠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며 “동지들을 감옥에 두고 혼자 이렇게 나오게 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한 뒤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한 전 이사장은 “저들은 독립성을 포기한 사법부의 정치재판을 이용해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고, 불의를 정의인 냥 왜곡했다. 이 전 의원을 비롯한 동지들을 가두고 지난 15년 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진보정당을 해산시키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비록 오늘은 저 혼자 이렇게 나왔지만 모두 함께 감옥문을 박차고 나오는,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그 날은 곧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사랑과 격려를 끊임없이 보내주셨던 많은 선생님들과 동지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청년·학생들은 한 전 이사장의 출소를 축하하는 율동과 노래를 선보였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이 한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 구속된 후 올해 1월 22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을 포함한 6인은 각각 징역 3년에서 9년까지 형량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핵심 혐의였던 내란음모 혐의는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후 우위영 옛 진보당 대변인 등 3명이 추가 구속된 뒤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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