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임기 5개월 남기고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 임명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 행사
대법원장 구성에 절대적 영향력
"다양성 위한 보완 필요" 목소리
내달 취임 4년을 맞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6년)는 2017년 9월까지다. 후임 대법원장은 임기가 5개월 남은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며, 그의 임기는 2023년 9월까지가 된다. 대통령 임기가 5년임을 감안하면, 차기 정부(2018년 2월~2023년 2월)는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장을 지명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법조계는 ‘87체제’ 이후 30년만에 빚어지는 이 같은 사태로 지금도 보수 색채가 짙은 대법원 체제가 최소 8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통해 대법관 구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데,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이 2년 뒤 진보 성향 인사를 후임 대법원장에 지명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향후 개헌 논의를 포함,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대법원장 임명권을 행사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는 경우는 차기 정권이 처음이다. 노태우 정부는 이일규(10대) 김덕주(11대) 대법원장을, 김영삼 정부는 윤관(12대) 대법원장을 임명했다. 또 김대중 정부는 최종영(13대) 대법원장을, 노무현 정부는 이용훈(14대) 대법원장을, 이명박 정부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물론 차기 대통령이 2018년 8월 임기를 마치는 고영한 김신 김창석 대법관의 후임을 시작으로 대법관 14명 중 9명을 임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법관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당사자는 대법원장이다. 다음 정권보다는 박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법원장의 ‘뜻’이 대법원 구성에 반영될 여지가 더 큰 셈이다.
특히 대법관 후보에 오를 3인을 추천하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도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 대법원은 헌법상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근거로 추천위 규칙(7조)에 대법원장이 직접 심사대상자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실제로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 제청된 이기택 후보자도 양 대법원장이 추천위에 제시한 후보 3명 중 한 명이었다. 한 후보추천위원은 “양 대법원장이 제시한 후보 3명을 먼저 심사해 재산 문제로 반대의견이 나온 한 명을 빼고 2명이 통과됐다”며 “사실상 2명이 이미 선택된 상황이라, 위원회는 나머지 24명을 고루 심사도 못하고 1명만 추천하는 유명무실한 역할에 그쳤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임기를 동일하게 하는 게 대안일까. 헌법학자 다수는 이에는 반대하고 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학원 교수는 “국회의원(4년) 대통령(5년) 대법원장(6년) 임기에 차등을 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법학계에선 대법원장에 집중된 인사권 분산이 해답이라는 견해가 많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저해하고 대통령-대법원장-대법관-법관의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은 1972년 유신헌법에 도입된 것으로 일본 헌법에도 없다”며 “개헌 논의 때 이를 삭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기택 후보자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관련, “(학력ㆍ경력보다) 가치관이나 인생관의 다양성이 더 비중 있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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