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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해 6월에 낸 <3년 후 미래:두 번째 금융위기의 충격과 대응>에서 2017년 중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생각한 가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이 시작이고 조금 반등했다. 진짜 충격이 내년, 내후년에 올 것"고 말했다. | |
ⓒ 유성호 |
"지금 시작이고 올 하반기 조금 반등했다가 내년이나 내후년에 진짜 충격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엔 맛보기일 뿐이죠."
중국발 금융시장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사흘에 걸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미국 달러당 환율 인상)를 신호탄으로,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증시와 외환시장이 출렁였다.
덕분에 오는 2017년 중국발 금융위기를 예상한 <3년 후 미래>(한스미디어)라는 책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25년 동안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유명했던 김영익(57)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책이어서 더 그렇다.
25년 몸담은 여의도 떠나 캠퍼스로... 김 교수의 시계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김 교수는 한창 자리 정리를 하고 있었다. 새 학기부터 '겸임' 딱지를 떼고 정식 교수로 임용돼 학교 연구실로 옮기게 됐기 때문이다. 1988년 대신증권 입사 이후 하나대투증권(리서치센터장)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를 오가면서도 여의도를 벗어나지 않았던 김 교수의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년 백수로 지내 보니 좋더라고요, 조금 돈 벌 데만 있으면. 헤르만 헤세가 '세상의 시계'가 아닌 '자기만의 시계'를 가진 게 가장 행복하다고 했는데, 직장 다니면 세상의 시계를 따라야 하는데 난 내 시계를 따랐으니까. 학교는 직장보다 좀 나으려나.(웃음)"
증권가에서 부정적 전망은 일종의 금기사항이다. 과연 김 교수가 금융회사에 남아 계속 '세상의 시계'를 찼더라도 이 같은 '불온한 전망'이 가능했을까?
이날도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소식으로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다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아시아 주요 증시는 여전히 폭락세였다.
"중국은 지금 6%, 일본은 4% 떨어졌고 오늘은 한국만 올랐어요."
- 오늘(25일) 새벽 남북 접촉 타결 영향인가.
"그것도 있고 그동안 우리나라 주가가 너무 못 올랐어요. 우리는 2011년 4월에 '223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4년째 고점을 못 넘었는데 그사이 중국·일본 주가는 많이 올랐거든요. 많이 오른 데는 떨어지고 우린 더는 떨어질 게 없는 거죠. 마침 북한 문제도 있어서 반등한 것 같아요."
- 지난해 6월에 낸 책 <3년 후 미래>에서 2017년 중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했는데.
"제가 생각한 가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 시작이고 조금 반등했다 진짜 충격이 내년, 내후년에 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맛보기죠."
"반등 뒤 다시 폭락 가능성... 중국발 금융위기 남아"
- 지금 증시 상황은 어떻게 보나.
"좀 반등하리라 생각해요. 주가가 올랐다 폭락하면 사람들은 여기서 더 떨어진다고 안 믿고 한번쯤 반등하겠지 기대해요. 반등해서 안심하는 다음 순간 크게 떨어지는 거죠. 지금 한 번 떨어졌고 안심하는 국면이 한 번 더 남았어요. 올 하반기 몇개월 정도. 사람들 분위기가 좋아졌을 때 중국 중심으로 다시 떨어질 거예요."
- 아직 위험이 남아 있다는 건가.
"2008년부터 (선진국이) 돈을 풀어 주가가 경기 상황을 너무 앞서가고 있어요. 주식 시장을 산책 나온 개와 주인에 비유하는데, 개가 너무 앞서가면 뒤돌아보거나 주인이 목줄을 잡아당겨서 주인 앞뒤로 오가게 되거든요. 지금 세계 주가가, 특히 미국은 20% 정도, 일본 40% 정도 경기에 앞서가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일본 주가 거품 붕괴 얘기를 계속해 왔죠. 저는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조정 국면이 2~3년은 걸린다고 봐요. 거기다 중국까지 구조조정하게 되면."
- 중국발 금융위기를 예상하는 근거는 뭔가.
"기본적으로 역사에서 많이 배워요. 과거 일본 경제 흐름을 보면 우리 경제 큰 흐름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 중국 경제 흐름도 과거 우리 경제 흐름을 보면 큰 방향은 짐작할 수 있어요.
우리도 1980년대 경제가 매년 10% 정도 고성장할 때 기업들이 많이 투자했는데 1990년대 수요가 부족하니까 과잉투자 문제가 나타난 거예요. 물건이 안 팔리니 기업과 은행이 부실해지고, 부실이 쌓이니까 한번 처리해야 하죠. 일종의 외과수술이 필요한데 그게 1997년 IMF 경제 위기예요. 중국도 지금 과잉투자 문제가 심각해요. 중국은 과잉 투자가 자기 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 대상이라는 게 문제죠."
결국 1980년대 한국처럼 고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언젠가 IMF 경제 위기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출신답게 복잡한 통계 수치도 거침없이 쏟아졌다.
"환율전쟁이 신호탄... 중국 위기시 미국 국채 내다 팔 것"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중국발 금융위기를 예상하는 근거에 대해 중국의 과잉투자 문제를 손꼽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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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은 2009년 -3.5%, 세계 전체는 -0.4% 마이너스 성장했는데 중국은 2009년 9.2% 성장했어요.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에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해 고성장했는데, 물건이 안 팔려 기업이 부실해지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중국 철강 산업 생산능력이 연간 13억 톤 정도인데, 현재 10억 톤 정도만 생산해요. 우리 포스코와 현대제철 생산 능력이 5000만 톤 정도 인데 그 6배가 놀고 있는 거죠. 철강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산업도 마찬가지예요. 기업이 부실해지면 은행도 부실해지는데 부실 규모가 작으면 중국 정부가 처리할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률이 7%에서 2년 이내에 5%로 떨어질 텐데 부실이 확 늘면 중국이 처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죠."
여기서 변수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미국에 물건을 값싸게 공급하고 그 돈으로 국채까지 사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거꾸로 중국이 미 국채를 팔게 되면 다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로 '환율 전쟁'에 뛰어든 것도 내년, 내후년 중국발 금융위기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국채를 엄청 사줘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미국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양적 완화(경기 부양을 위해 화폐 발행을 늘려 시중에 푸는 것)로 자기들 통화가치를 떨어뜨렸어요. 미국이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수출한 셈인데 일본은 (달러당) 엔화 환율이 2007년 120엔에서 2011년엔 77엔까지 떨어져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했어요.
그러자 일본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돈을 풀어 달러당 125엔으로 올렸는데 그게 '아베노믹스'(아베 일본 총리의 양적 완화 정책) 핵심이죠. 유로(EU)도 안 되겠다 싶어 지난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1조1400억 유로를 풀겠다고 한 거예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선진국 세 놈이 서로 환율 전쟁하고 있는데 수출은 안될 것 같고 디플레이션 압력에 기업 부실이 심화되니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 위안화 평가 절하를 한 거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 환율을 고시하는데, 지난 11일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해 미국 달러당 환율을 6.2298위안까지 올렸다. 전날보다 1.9% 상승하며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고 이어 12일 1.62%, 13일 1.11% 연거푸 올려 달러당 6.4위안까지 치솟았다.
이후 추가 평가 절하를 중단했지만 27일 현재 달러당 6.4위안 정도로, 위안화 가치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렇다고 중국이 과연 외교 마찰과 금융 위기 우려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국채를 팔 수 있을까?
"기업 부실이 계속 쌓이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요. 중국도 국채를 발행해 구조조정 자금을 일부 마련하겠지만 저는 미국 국채를 어느 정도 팔 거라고 생각해요. 중국이 가진 미국 국채가 지난 6월 말 기준 1조2700억 달러 정도로, 미국을 제외한 외국 보유량의 21% 정도예요.
지난 2010년엔 26%까지 갖고 있었는데 거의 안 늘려 비중은 오히려 줄었어요. 중국도 자금이 필요하면 어쩔 수 없이 미국 국채를 팔 수밖에 없어요. 그럼 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죠."
김 교수는 중국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것도 미국 국채 매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대신 금을 보이지 않게 사고 있어요. 유럽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금 비중이 65% 정도인데 중국은 공식적으로 1%에 불과해 계속 살 것 같아요. 보다 큰 목적은 그동안 중국의 목표가 제조업, 무역 강국이었는데 이미 2013년부터 수출입 규모가 미국을 앞질러 이제 금융 강국과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지금 미국이 'G1'이라는데 그걸 엎을 수 있는 게 중국이에요. 중국이 미 국채를 팔려고 하면 가격이 떨어질까봐 다른 나라도 따라 팔 수밖에 없게 되죠."
"중국 구조조정은 한국 투자자에게 위기이자 기회"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국내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 |
ⓒ 유성호 |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한국은 그마나 영향이 덜했다. 하지만 바로 인접국인 중국발 금융위기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 영향이 제일 클 수밖에 없어요. 지난 2000년 대미 수출 비중은 22%였는데 2009년 10%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13% 정도예요. 그사이 중국 수출은 11%에서 26%까지 올랐어요.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또 중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규모가 16조7000억 원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아, 실물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다만 김 교수는 중국의 구조조정이 국내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를 이용해 중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 때 외국에서 우리 자산을 얼마나 싸게 가져갔어요? 론스타도 자산을 싸게 가져가고도 5조 원 더 물어내라고 하잖아요. 환율이 그렇게 올라가니 외국인이 주식·채권·부동산 아무거나 사도 돈을 벌었어요. 국내에서도 현금 가진 사람에겐 기회였죠. 삼성전자 주가가 3만 원하다 나중에 150만 원까지 갔으니. 중국에서도 그런 기회를 활용하려고 할 거예요."
하지만 중국 기업의 구조조정에 기대기엔 국내 경제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디플레이션'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상품 공급 부족으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과 달리 경기 침체로 수요가 부족해 오히려 물가가 떨어지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를 부양하려고 금리를 0%까지 내렸고 양적 완화로 엄청난 돈을 풀었어요. 미국은 주가가 3배 오르고 집값도 오르고 소비가 증가하면서 '디플레이션 갭(생산량과 소비량의 차이)'이 해소되고 있어요.
완전히 해소하려면 소비가 더 많이 늘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전 세계 가계가 너무 부실해요. 미국은 가처분소득에서 가계부채가 좀 줄고 있지만 아직 과거 평균보다 높고 우리도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를 못 늘려요. 디플레이션 갭을 해소하려면 공급 능력을 줄여야 하고 기업이 구조 조정돼 많이 없어져야 해요."
"박근혜 '474' 가능성 없어... 화폐 단위 변경도 검토해야"
실제 소득 계층간 부의 양극화분 아니라 기업간 차별화로 기업 숫자가 줄고 일자리도 줄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474' 목표도 제동이 걸렸다.
"2017년까지 4% 경제성장률에 70% 고용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얘기했는데 4% 성장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저는 박근혜 정부에서 평균 2.8% 정도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요. 고융율도 지금 60% 정도인데 그걸 70%까지 어떻게 올리나요. 미국은 서비스업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우린 금융, 건설, 유통 좋은 게 없어 70% 달성은 어려워요."
- 돌파구가 안 보인다.
"난 고통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 4~5% 성장하던 시대는 지났고 앞으로 잘해야 2%인데, 거기서 서로 나눠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본이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명목 GDP가 하나도 성장 안 했지만 20년 이상 잘 버텼잖아요. 성장 안 해도 작년만큼 올해 소비하고 산다는 건데, 우린 그나마 2%라도 성장하니 파이가 좀 커지는데 그걸 고통 분담해서 나누며 살면 좋겠다는 거죠. 그게 또 쉽지 않겠죠.(웃음)
작년에 정부가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내놨는데 정부가 기업에 임금 올려라, 투자해 달라, 배당 늘려 달라 했지만 임금은 안 올려요. 사장 입장에서 경제가 나빠지면 임금을 줄여야 하는데 임금은 하방경직성 있어 한번 올리면 못 내리잖아요. 대신 배당은 많이 늘렸는데 배당소득은 상당 부분 외국인에게 가잖아요. 우리나라 사람 주식투자 특히 배당투자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시키는 유일한 방법 같아요."
책 <3년 후 미래>에서 김 교수가 제안했던 이같은 정책들은 실제 실현되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받은 위안화를 원화로 바꿀 수 있는 '위안화 거래소'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김 교수가 당시 책에는 쓰지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바로 통화 단위 변경을 뜻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다. 현재 '10000원'을 '100원'이나 '10원'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 자산이 1경4000조 원인데 동그라미(0)가 16개여서 계산하기도 힘들어요. 지금도 커피숍 가보면 이미 5500원을 '5.5'라고 표시해요. 이미 화폐 단위를 변경한 거죠. 지난 2003년 당시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계속 얘기했는데 정부에서 반대했어요. 그때는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더 걱정해야 할 때죠. 지금 해야 해요."
통화 단위 변경에 따른 편의성에도 반대 기류도 만만지 않다. 당장 부동산 등 물가 상승 우려가 크다. 하지만 김 교수는 숨어 있는 현금을 끌어내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5만 원 지폐 환수율이 28%밖에 안 돼요. 화폐 단위를 변경하면 그 돈이 다 나와야 해요. 그 돈으로 소비도 하고 세금도 많이 걷을 수 있어 내수 부양 효과도 있지만 부자들 저항이 심한 거예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 하자는데 이것도 지하경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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