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드러나는 반전의 증거들…국정원의 수상한 개입
구급차 블랙박스에서 지워진 28분 동안 ‘뭔 일 있었다’ 소방원, 임과장 자살현장 경찰 가족보다 국정원에 먼저 경찰과 소방, 현장에서 찍은 임씨 시신 사진 서로 달라 자살 사건으로 해킹 의혹 덮는 것이 국정원의 시나리오
국가정보원에서 해킹 업무를 담당했던 임 모 과장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국정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자살했다고 발견됐을 때와 똑같은 모양새다. 유 전 회장의 죽음은 자살로 알려졌지만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유 전 회장의 자살이나 이번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은 마치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우연의 일치들이 일어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유 전 회장의 사건에서는 시신이 짧은 기간 안에 심하게 부패되어 사인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한 점이나 시신 발견 당시 목과 몸통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점 등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해명이나 경찰 수사 결과도 여러 가지로 상식적이지 않은 측면이 많다. 예를 들어 국정원 직원이 찍힌 구급차의 블랙박스 영상이 사라진 것이나 국정원 직원 시신 발견 5분 뒤에 곧바로 현장에 나타난 점 등은 누가봐도 석연치 않다. 게다가 무엇보다 자살한 임 모 과장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연루돼 있음이 드러난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 자살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본국 언론의 국정원 관련 보도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임 과장의 죽음과 관련해서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역시 국정원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여부다. 본국 언론에서 제대로 집어주지 못하고 있는 국정원 해킹 직원인 임 모 씨의 자살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을 <선데이저널>이 짚어 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국가정보원의 설명이나 자살한 임 전 과장의 유서대로라면 임 과장은 해킹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를 사들이고 그 운용을 주도한 핵심 멤버다. 국정원 해킹이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 핵심 실무자가 자살했다면 이 현장에 국정원은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곳곳에 개입 흔적을 남겼고, 이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조차 피하고 있다.
국정원 해킹 담당 직원 임 모 씨 자살 사건의 핵심은 국정원이 시신수습에 관여 했냐하는 점이다. 자살 사건 조사의 핵심은 현장보존이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에서 사실상의 이해 관계기관이기 때문에 현장보존에 관여해서는 안 됐다. 시신 수습에 관여했다면 시신 바꿔치기가 이뤄졌는지, 자살이 맞는 것인지 등의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시신 수습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국정원은 이후 벌어지는 의혹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국정원은 줄곧 ‘국정원은 시신 수습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드러나는 정황들은 국정원의 이러한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1. 시신 발견 유가족보다 국정원에 먼저 알렸다?
가장 먼저 제기할 수 있는 의혹은 유족들이 임 과정에 대한 실종신고까지 하면서 애타게 그를 찾았음에도 소방대원이 가족보다 국정원 직원에게 왜 먼저 연락을 했냐는 점이다. 지난달 18일 찍힌 구급차의 블랙박스를 보면 국정원 직원 임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간은 오전 11시 55분이다. (블랙박스 시간은 실시간보다 3, 4분가량 빠르다) 당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의 한 야산 숲속의 좁은 오르막길을 오르던 구급차가 멈추고 몇 명의 구급대원이 서둘러 내리더니 위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잠시 후에는 마티즈 차량을 목격했다는 주민과 함께 다른 구급대원들이 뛰어서 올라가기도 했다. 임 씨가 마지막으로 타고 있었던 차량이 발견되는 순간이다. 이때 구급대원 중 한 명이 내려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현장 근처에서 ‘직장 동료’라고 밝힌 국정원 직원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다. 전화를 받은 문제의 국정원 직원은 8분 후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현장에 있는 소방대원은 “수색을 하다보면 동료직원이나 가족과 함께 요구조자를 찾을 일이 생긴다”며 “당시 임 씨의 동료 직원이 국정원 직원인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렇게 소방대원이 신속하게 ‘동료 직원’에게 숨진 임 씨를 발견한 사실을 알린 반면, 제일 먼저 실종신고를 한 임 씨 부인은 이 사실을 한참 뒤에 알게 된다. 12시 25분 용인소방서와 현장 구급차 간의 무전 대화 내용을 보면, 구급차가 “위치추적 신고자(임 씨 부인)에게 통보했는지”라고 묻자, 소방서는 “신고자에게 통보한 사항 없음. 이동급차, 이동급차 측에서 통보하기 바람”이라고 응답한다.
아직 임 씨 부인에게 마티즈 차량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니 구급차에서 알려주라는 것이다. 임 씨 부인이 차량 발견을 통보받은 것은 이보다 5분이 지난 12시 30분이다. 연락을 받은 부인은 1시10분쯤 수색을 마치고 돌아가는 소방대원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마티즈 차량이 있는 현장에는 1시 15분쯤 도착했다. 국정원 직원 보다 1시간 이상 늦게 남편의 주검을 찾은 것이다.
임 씨 발견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유족보다 국정원 직원이 먼저 이를 알고 현장에 도착했다는 점은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 직원인지 몰랐다”는 소방당국의 해명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소방당국이 국정원 직원임을 알고 신속하게 수색 결과를 알려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 커지는 대목이다. 앞서 국정원 3차장이 임 씨 부인에게 경찰이 아닌 119에 신고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국정원이 소방을 통해 경찰을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 시신 바꿔치기했을 충분한 가능성
변사사건 당시 경찰 수사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임씨 동료(국정원 직원)가 소방당국 무전에 등장하면서 국정원 측의 고의적인 수색방해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경찰과 소방이 사건현장에서 찍은 임씨 시신 사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시신이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구급차의 블랙박스에서 사라진 28분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12시30분부터 12시58분까지 영상이 꺼진다. 이후 나오는 영상은 구급차가 움직이는 모습이다. 국민안전처는 이에 대해 구급차 시동이 꺼지면 블랙박스 영상이 꺼지게 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12시30분 영상과 12시58분 다시 켜진 영상 속 장소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즉 시동이 꺼져서 블랙박스의 전원도 꺼지면, 다시 시동을 켰을 때는 블랙박스가 같은 장소를 촬영하고 있어야 하는데 블랙박스는 전혀 엉뚱한 곳을 촬영하고 있다. 때문에 과연 28분 동안 소방대원들과 국정원 직원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국정원 측의 해명이 필요하지만 국정원 측은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 조기폐차 이유, 임씨의 부인의 납득이 어려운 신고과정 등에 대한 의혹은 경찰도 소방당국도 아닌 유족 측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제대로 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또 다른 의혹에 살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정황들은 사전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임 과장의 부인으로 하여금 경찰이 아닌 119에 실종신고를 내게 한 것도 국정원이었다. 신고에서 현장 도착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이 경찰을 배제하고 소방본부와 일을 처리하려했다는 점은 일관된다.
설사 임 과장의 자살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까지 드러난 국정원의 행태는 알려지지 않은 자살 동기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정원은 임 과장이 야당 등의 추궁에 쫓겨 자살을 선택했다고 설명해왔지만, 임 과장의 행위가 불법을 구성하고 이에 대한 국정원의 내부 감찰이 자살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정원이 임 과장이 출근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직후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것을 보면 최소한 그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3. 사건의 핵심은 정보기관의 해킹
사실 임 과장의 자살과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정보 기관의 민간인 사찰이다. 국정원이 불법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것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임에도, 방향은 임 과장의 자살에만 맞춰지고 있다. 국정원은 임 과장이 자료를 삭제한 지 약 일주일의 분석 끝에 7월27일 자료 복구 결과를 발표했다. 삭제 자료는 총 51개로 대북용 10개, 대테러용 10개, 실험용 31개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원 결과 문제 되는 자료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위 과정만 보면 일사천리로 일이 매끄럽게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야말로 허점과 의문투성이며 그 과정에서 이미 중요한 자료는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바라는 것은 국정원이다. 국정원은 전직 직원의 죽음을 이용해서라도 조직의 안위를 지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야당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정원이 로그파일 등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고 있어 전문가 간담회를 하더라도 국정원의 해명만 듣고 올게 뻔하고 이렇게 될 경우 자칫 잘못하면 국정원에 면죄부만 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정원 해킹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붙들어 맬 ‘불씨’ 살리기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정보기관을 상대로 한 조사이다보니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 터뜨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선데이 저널 리차드 윤 기자 http://www.sundayjournal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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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20, 2015
국정원 해킹 담당 직원 자살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 미스터리 구급차 블랙박스에서 지워진 28분 동안 ‘뭔 일’...‘임과장 시신 바꿔치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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