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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7, 2015

"담배값 인상 후 이익이 줄었어"..편의점의 경제학 [같은생각 다른느낌]한국에서 자영업자가 생존하는 법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같은생각 다른느낌]한국에서 자영업자가 생존하는 법]

느지막한 저녁 담배를 사러 동네 편의점에 들렀다. 평소에 말이 많던 편의점 주인 아저씨가 요즘 따라 풀이 죽어 있었다. 내가 먼저 얘기의 물꼬를 텄다.

"요즘 담배가격 인상으로 편의점 매출이 늘어났다던데 수익은 어떠세요?"

"매출도 줄고 이익도 줄었어..." 주인 아저씨는 무슨 말이냐는 듯 허탈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주인 아저씨의 설명은 이렇다. 예전에 2500원에 담배를 팔면 250원이 남았는데,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른 뒤로는 400원 남짓 남아서 오히려 마진이 10%에서 9%대로 줄었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담배 마진률이 아니었다.

↑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편의점에서 담배를 파는 이유는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담배를 사러 온 손님들이 다른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손님들이 1만 원을 갖고 와서 2500원 담배 사고 남은 7500원으로 과자나 식료품을 샀지만 이제는 4500원 담배를 사고 나머지 5500원으로 과자나 식료품을 산다. 즉 사람들이 인상된 담배값만큼 돈을 더 들고 와서 담배를 사고 추가로 다른 상품을 더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담뱃값 오른 만큼 다른 상품 구입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담배는 마진률이 10%도 안되나 과자나 식료품은 20%가 넘어서 담배값 인상 때문에 과자나 식료품 구입을 줄이게 되면 당연히 편의점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는 게 주인 아저씨의 설명이다. "돈이 있어야 더 사지..."

담배는 중독성이 있어 쉽게 못 끊기 때문에 정부 발표처럼 담배 가격이 올랐다고 담배 수요가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담배값 인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물품 구입을 줄이게 해서 전체적으로 소비 위축을 초래하게 할 수 있다. 주인 아저씨는 이러한 효과를 편의점 운영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이어 주인 아저씨는 최근 동네 위에 새로 생긴 대형 편의점 얘기를 꺼냈다. 주인 아저씨는 새로 생긴 편의점 때문에 자신의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울상이었다.

그는 종이 위에 자신의 편의점과 새로 생긴 편의점을 원으로 그린 뒤 그 사이에 선을 긋고 아래는 자신의 편의점에 오는 손님이고 위는 새로 생긴 편의점 손님이라며, 신기하게도 마치 넘을 수 없는 산같이 좀처럼 그 선을 넘어오는 손님이 없다며 그가 나름대로 분석한 상권을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최근에 아예 편의점 근처로 이사까지 왔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인건비나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일하지 않던 주인 아주머니까지 가게에 나와 일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현재 알바생 1명만을 고용하고 본인과 아주머니가 번갈아 편의점을 관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비용 때문에 밤 2~6시에는 아예 편의점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에 새로 생긴 대형 편의점을 가리키며 그곳은 알바생 3명이 교대로 하루 종일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알바생 시급을 6천 원으로 계산하면 한달 인건비만 430만 원에 달하고, 관리비·임차료 등까지 합치면 월 600만~700만 원은 족히 될거라며 아마도 한 달에 200만~300만 원은 손해보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주인 아저씨는 편의점이 이처럼 손해가 나도 계속 일을 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일단 편의점을 오픈하게 되면 설치를 해주는 대신 2~3년의 의무약정기간이 있어 손해가 난다고 바로 사업을 접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상권분석 및 물품공급, 손해가 난 경우 보상 등에 대한 감언이설에 사업을 시작하는데 실제 사업 후 손해가 나면 별수 없이 그 책임은 점주가 떠안는 게 현실이라고.

새로 생긴 대형편의점과의 힘든 경쟁을 치루고 있는 주인 아저씨의 생존 전략은 단순했다. 인건비·관리비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오래 버티면 월 수백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대형편의점이 결국 나가 떨어질 거라는 희망이었다.

사실 최근 5~6년 사이 벌써 이곳에서만 편의점 종류와 주인이 3~4번은 바뀐 것 같다. 지금의 편의점이 오픈할 때 편의점 규모를 딱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보고 참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규모로는 절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아저씨의 얘기를 듣던 중 과거에 사업을 하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그 당시 영업이 악화되어 부가가치세를 분납하기 위해 세무서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사업이 안되서 부가가치세가 밀렸다고 하니까 세무서에 하는 말이 "안 되면 접어야지 왜 하냐"는 거였다.

어쩌면 그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해가 나는 와중에 사업을 접으면 오히려 더 많은 부채를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상황에 빠지기 때문에 그저 나아질 것이라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연명해 가는 게 일반적인 자영업자의 모습이다. 그러다 더 많은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굴러가는 바퀴를 세우면 쓰러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버티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손해가 절대 나지 않을 것 같은 사업을 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누가 알겠는가?

최근에 대학교수인 선배로부터 청년창업에 대한 특강을 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고 강의를 하면 너무 간단하게 끝날 것 같아 거절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청년창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 나의 청년창업 컨설팅이기 때문이다. 이찬진이나 안철수 같은 사람이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7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1.6%를 차지하고 있다. 대체로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나 은퇴 후에 선택하는 것이 자영업이다. 그러나 동네 음식점이나 편의점을 보면 5년을 버티는 사업자가 많지 않은 게 서글픈 현실이다. 그만큼 자영업자가 돈을 벌기 어려운 세상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얘기를 하다 왜 안들어 오냐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서야 겨우 편의점 아저씨와의 대화를 끝낼 수 있었다. 나가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많이 파세요"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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